국회에서 국방장관과 기무사령관·기무부대장이 서로를 향해 "거짓말한다"며 싸운 지 하루 만에 기무사가 국방장관의 거짓말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장관 발언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9일 국방부 주요 실·국장 간담회에서 송영무 장관은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검토 문건에 대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하기 바란다"고 한 것으로 돼 있다. 그제 국회에서 기무부대장이 송 장관의 이런 발언을 공개하자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강력히 부인했었다. 그는 거듭 "기무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장관 직할 부대인 기무사가 회의록을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송 장관이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실 송 장관의 발언 그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탄핵 정국에서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마련할 수 있는 일이다. 청와대가 폭동에 점거되는 상황을 경찰이 막을 수 없는데도 군이 질서 회복에 나서선 안 된다면 헌법에서 계엄을 없애야 한다. 최근 공개된 기무사 문건 67쪽짜리 세부자료를 보면 촛불 세력, 태극기 세력 모두에 의한 폭동을 염두에 둔 것도 분명하다. 국회가 표결로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이를 무산시키려 공작한다는 등의 부적절한 내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가 마비의 최악 사태에 대비한 문건이다.

송 장관도 처음에는 이를 '내란 음모'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그러다 청와대가 뒤늦게 '전 정부 기무사의 내란 음모가 의심된다'며 특별수사를 지시하자, 말을 바꾸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직속 부하들이 장관의 문제를 폭로하고 나온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온갖 곳에서 정치판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제 군대까지 정치 싸움이다. 기무사 문건 수사를 신속히 끝내고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고 군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송 장관은 리더십을 잃었고 기무사도 그냥 둘 수 없게 됐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