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신 파동으로 들끓는 민심을 다잡기 위해 초강수를 꺼냈다. 시 주석의 가장 날카로운 검(劍)인 당 중앙기율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를 이번 사건 조사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두 위원회는 중국 공안과 검찰 및 법원을 초월하는 반(反)부패 사정기구로 사실상 시 주석의 직할 기구다. 특히 지난 3월 개헌을 통해 신설된 헌법상 최고 사정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가 처음으로 이번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 중국 공산당이 불량 백신으로 인한 현재의 민심 이반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기율위·국가감찰위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백신 파동의 배후에 정경 유착이나 부패사슬 등의 고질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중앙기율위는 8900만 명의 공산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산당 내 최고위 사정·감찰기구다. 시진핑 정권 1기 반부패 수장을 맡아 시 주석의 정적들을 모조리 숙청한 왕치산 현 국가부주석이 진두지휘했던 조직이 바로 중앙기율위였다. 현 서기는 시 주석의 새로운 복심(腹心)이자 제2의 왕치산으로 불리는 자오러지 상무위원이다. 국가감찰위는 조사 대상이 비당원인 일반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를 망라한다. 중앙기율위의 기존 기능에 국무원 산하 감찰부 및 국가예방부패국 등을 통합한 거대 조직으로, 헌법상 서열이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다음이다.

두 위원회는 창춘창성을 비롯한 중국 제약업계와 관(官)의 고질적인 유착을 정면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펑파이신문 등 중국 매체들은 "창춘창성의 급속한 성장 뒤에는 보건 당국과의 유착과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17년간 안후이·허난·푸젠·광둥성 등에서 12건의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펑파이 신문은 "지난해 이 회사는 마케팅과 판매 비용으로 5억8000만위안(약 960억원)을 썼지만 연구개발비는 1억2000만위안에 불과했다"며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은 보건 당국에 대한 뇌물 등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