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지구촌을 맹폭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대형 산불로 최소 74명이 사망하고, 일본에서도 온열(溫熱) 질환으로 94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북미·유럽·동북아 등 북반구 곳곳이 폭염(暴炎)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수도 아테네 북동쪽 외곽 아티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24일(현지 시각) 오후 5시 현재 최소 74명이 사망하고 18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해안가 마을 마티(Mati)의 한 빌라 앞에서만 한꺼번에 시신 26구가 발견됐다. 현장을 목격한 사진 기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시신 26구가 바다에서 15m 떨어진 지점에서 뒤엉켜 있었다"며 "바다로 피하려고 했지만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덮쳐오는 산불을 피해 바닷가로 대피했거나 아예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가 해안경비대에 구조된 사람만 700여 명에 달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보스니아 방문을 취소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EU(유럽연합)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화재 진압용 항공기와 소방대원을 그리스로 급파했다. 그리스는 이달 들어 40도 안팎의 무더위가 계속되자 23일 관광객이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했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이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가뭄으로 사료용 건초가 부족해 농부들이 가축을 살(殺)처분하고 있다. 비축된 물이 적은 영국은 8월부터 호스나 스프링클러로 정원에 물을 주는 것을 금지할 예정이다.
북미도 펄펄 끓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25일까지 애리조나주(州) 남부 기온이 48도에 달할 것이라며 미국 남서부 지역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4일부터 이틀간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 절감을 호소하는 '플렉스 경보'를 발령했다. 급증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용 천연가스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3일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 기온이 섭씨 41.1도를 찍으면서 1875년 일본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도쿄도(都) 오메시의 기온도 40.8도를 기록했다. 도쿄도에서 40도가 넘는 기온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전역에서 18~23일 사이에만 각종 온열질환으로 94명이 숨졌다. 일본 총무성은 열사병 증세로 병원에 실려간 사람만 2만26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북반구에 몰아친 이상 고온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히트 돔(Heat Dome)' 현상을 꼽는다. 히트 돔은 지상 5~7㎞ 상공의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로 머무르면서 지상의 뜨거운 공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는 지상 10㎞ 상공에서 강하게 부는 제트기류가 유독 약해 히트 돔 현상이 어느 해보다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댄 미첼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올해 제트기류의 힘이 극단적으로 약하다 보니 (히트 돔 현상을 일으키는) 정체된 고기압을 밀어내지 못해 지표면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며 지구온난화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것도 이상 고온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