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7월 17일)이 얼마 전 지났고 곧 중복(7월 27일)이다. 영양 과잉 시대라지만 보양식 없이 복날을 넘기면 왠지 아쉽다. 올여름에는 어떤 보양식이 가장 사랑받을까. 부동의 1위는 역시 삼계탕인 듯하다.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삼계탕·장어·전복·민어 등 네 가지 보양식을 네티즌들이 얼마나 검색했나 확인해보면 언제나 삼계탕이 압도적 1위다. 하지만 '보양식=삼계탕' 공식은 조금씩 깨지고 있다. AI(조류독감) 여파로 삼계탕이 주춤한 사이 민어가 약진했다. 민어 판매량이 매년 늘고 있고, 시세도 지난해에만 30%가량 뛰었다. 대형마트에서는 국산 민어와 맛이 가장 비슷하다는 인도네시아산을 수입해 팔기까지 한다.

보양식은 전통적으로 삼계탕, 민어, 장어 등 육(陸)해(海)공(空)의 고기들이다. 그러나 "고단백·고칼리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으로, 요즘처럼 영양이 넘쳐서 문제 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옛날처럼 복날 특별 영양식으로 체력 보충할 필요가 없단 소리다. 전문가들은 육류 대신 영양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권한다. 토마토가 대표적이다. 무더운 여름이 제철인 토마토는 특히 남자한테 좋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청교도혁명 후 집권한 크롬웰 정부가 "토마토에 독이 들었다"는 루머를 퍼뜨린 일이 있었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신대륙에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토마토를 정력제로 생각해 많이 먹었다. 쾌락을 금기시하는 청교도들로선 '도덕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토마토를 그냥 놔둘 수 없다고 판단해 이런 거짓말까지 퍼뜨렸던 것이다.

몇 해 전 영국에서 토마토수프를 매일 먹은 남성들의 경우 정액 속 리코펜 수치가 증가하면서 활동력이 왕성한 '수퍼 정자'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토마토의 빨간색을 내는 리코펜(lycopene)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암과 노화를 막아주기도 한다. 또한 토마토에는 힘을 내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다. 크롬웰 정부의 걱정에 근거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리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토마토는 올리브오일 등 식용유에 익혀 먹는 게 낫다.

전통 보양식 중에서 현대인에게 어울리는 것으로는 콩국수가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국수는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여름 보양식이었다. '시의전서'에는 콩국수와 깨국수가 소개돼 있다. 닭육수에 흰깨(참깨)를 곱게 갈아 섞은 국물에 국수를 만 깨국수는 주로 양반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었다. 서민들은 값비싼 닭과 흰깨를 쉬이 먹지 못했고,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콩국수로 더위를 이겨냈다.

콩 삶기는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덜 삶으면 자칫 비린내가 나기 쉽고, 너무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난다. 우선 콩을 잘 씻어서 찬물에 9~10시간 불려야 텁텁한 맛이 사라진다. 그다음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삶는다. '강산옥' 이태림 대표는 "연탄불처럼 변화 없이 꾸준한 불에서 삶아내야 구수한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이 우러난다"고 했다. 집에서 간편하게 콩국수를 만들어 먹으려면 두부를 갈아 만드는 게 빠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는 "곱고 진한 콩 국물을 선호하면 연두부나 순두부를, 콩이 살짝 씹히는 식감이 좋다면 부침용 두부를 쓰라"고 귀띔했다. 두부(1모)에 두유(500mL), 땅콩(1줌)을 믹서에 갈면 된다. 참깨(1/2큰술)를 추가하면 더 고급스러운 맛이 된다.

옛날처럼 복날에 특별 영양식으로 체력 보충할 이유가 없어진 만큼 요즘 보양식은 별미로 즐기는 추세다. 보양식을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 음식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서울 조선호텔 빵집 조선델리에서 내놓은 '오곡 삼복빵'은 언뜻 보면 작은 통닭구이처럼 생긴 빵이다. 빵 반죽에는 닭 육수를 섞어 씹으면 닭 맛도 난다. 빵 안엔 찹쌀·은행·해바라기씨·아마씨·마늘 등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채웠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호텔 빵집은 한약재 달인 물을 넣어 발효시킨 빵에 장뇌삼·대추·호박씨·잣 등을 넣고 산삼 모양으로 빚어 구운 '한방 활력 브레드'를 선보인다. 두 빵은 초복·중복·말복에만 한정 수량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