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3일 개각(改閣)에 대해 설명하면서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協治)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야당 국회의원이 입각한다면 이는 협치의 가장 높은 단계인 '연정(聯政)'에 해당한다. 사실상 '연정'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청와대는 "'협치 내각'으로 부르겠다"고만 했다.

'협치 내각'이든 '연정'이든 그것이 성사되기 위해선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구체적 논의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국면 전환용 꼼수"라며 냉랭한 반응이다. 정치권에서는 "연정 구상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고, 그런 중대 사안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히는 것도 대통령이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란 말이 나왔다.

◇왜 지금 협치 내각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 내각' 구상은 2년 차 정부 운영에서 야당 협조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입법 절차가 필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야당과 협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긴박한 과제들에 대해 서로 손을 잡고 어려움을 넘어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정의용 안보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이상철 안보실1차장.

문 대통령은 작년 취임 때부터 일반적 의미의 협치는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최저임금 인상, 적폐 청산 같은 중요 정책은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국회를 거치지 않는 '속도전'을 폈다. 당시 여권 일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정원 개혁, 경제 개혁 입법을 위해서는 야당과 협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적폐 청산'에 무게를 더 실었다.

하지만 집권 2년 차가 되며 상황이 변했다. 최저임금 부작용 완화, 고용지표 개선을 뒷받침할 세제와 제도 개편에는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국가정보원법 개혁 등 '제도적 적폐 청산'도 모두 국회를 거쳐야 한다.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노무현과 다른 연정 제안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협치 내각' 제안은 소극적으로 비친다. 특히 2005년 여야 모두의 반대에도 "여소야대 국회를 돌파하겠다"며 대연정 구상을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노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직접 만나 대연정 구상을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협치 내각' 제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 협치 구상 역시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측근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협치 내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는 문 대통령의 '연정 트라우마' 때문으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의 연정 제안으로 당시 여권이 크게 분열됐다.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문 대통령은 안희정 전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지금은 대청소를 해야 할 때"라며 비판했었다.

청와대는 입각 대상에 대해 "가능성과 폭에서는 많이 열려 있는 것 같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도 문을 열어 뒀다. 그러나 야당들은 "청와대가 경제 위기가 도래한 지금에서야 갑자기 야당 입각 등을 말하는 것은 국면 전환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수많은 국정 난맥상에 대한 사과를 먼저 하라"고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실질적 '의원 빼가기'를 통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야당 관계자들은 "무슨 시혜를 베푼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범(汎)여권 야당들이 내각에 참여한다면 개각의 폭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