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로부터 정치자금 5000만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아왔다. 또 경공모로부터 회당 2000만원의 강의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노 의원은 그동안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드루킹 등으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 “(해당 의혹들은)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노 원내대표는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진보 진영에서 대중성을 갖춘 가장 유명한 인사 중 한 명이다. 노 원내대표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해 온 진보정당의 대표주자로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과정에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차량에 타고 있다.

노 원내대표와 드루킹 일당의 유착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6년이었다. 드루킹 김씨는 2016년 3월 노 의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주려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종결됐다.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최근 검찰이 당시 김씨 측으로부터 위조된 증거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이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드루킹 측이 자금출납자료 등을 위조해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제출했고, 특검팀은 김씨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선관위 등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돈을 다시 입금해놓아야 한다’고 말한 사실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는 노 원내대표 아내의 운전기사에게 200만원을 몰래 송금하다가 적발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김씨가 경공모 회원 한 명을 노 원내대표 측에 운전기사로 보내 자금 전달책을 맡긴 것으로 해석됐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올해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씨와 정치인들의 관계도 주목을 받게 됐다. 김씨 측과 김경수 경남지사(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김씨와 정치권의 연계 의혹이 짙어진 가운데, 노 원내대표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의혹이 제기되자 노 원내대표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달 초 허익범 특검팀이 노 원내대표 측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경공모 핵심 회원인 도모(61) 변호사(필명 ‘아보카’)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도 변호사는 노 원내대표와 경기고 동문으로,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 김씨와 함께 노 원내대표와 경공모의 만남을 주선하고 경공모가 정치자금 5000만원을 노 원내대표에게 불법 기부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2016년 3월 초 경공모 측이 노 원내대표가 경공모의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2000만원을, 같은 달 중순 노 원내대표 부인의 운전기사인 경공모 회원을 통해 3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혐의들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 계좌추적을 통해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원내대표는 또 2014년 무렵 드루킹 측으로부터 강연행사에 초청받아 강의료로 회당 2000만원 정도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회계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 일당은 경공모 인맥을 국회에 입성시키겠다는 계획으로 노 원내대표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도 변호사에 대한 신병처리를 한 뒤 노 원내대표 측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자금 수수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었다. 노 원내대표 소환 역시 시간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 소환과 관련해 “그 부분은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 수사팀이 적절한 때에 출석시켜 조사할 것으로 안다”고 했었다.

노 원내대표는 이렇듯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들어오는 것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특검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노 원내대표는 도 변호사에 대해서도 “졸업한 지 30년 동안 교류가 없다가, 연락이 와서 지난 10년간 4~5번 정도 만난 사이”라며 “총선이 있던 그해(2016년)에는 전화를 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 나에게 돈을 줬다니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노 원내대표는 2000만원 강의료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도 아닌 상태인데 강의료로 2000만 원을 줬다는 보도가 있다. 제가 아니더라도 이게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나중에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유와 관련해선 "나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