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끌어온 삼성전자의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타결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백혈병·뇌종양·유방암·자궁경부암·피부암 등 각종 질병에 걸린 공장 근로자들과 일부 시민단체가 잇따라 삼성에 보상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2일 "지난 18일 조정위가 보낸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에 수용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향후 조정위에서 마련할 보상안을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도 같은 날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1000일 이상 농성을 벌여왔다.

이번 조정위 제안은 사실상 양측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는 조정위가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수락 또는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협상이 타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조정위는 지난 18일 중재안을 마련하면 양측이 이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양측 간 협상은 진통을 거듭해왔다. 2008년 결성된 반올림이 투쟁을 벌이자 삼성전자는 2012년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했다. 양측 간 이견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반올림 소속 피해자 일부는 2014년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구성해 신속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후 가대위 제안으로 구성된 조정위에 삼성과 반올림이 참여해 2015년 7월 조정 권고안이 나왔다. 하지만 반올림 소속 유족 대표 2명이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그해 9월 자체 보상안을 발표하고 기금 1000억원을 만들어 보상을 신청한 일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30여 종의 질병에 걸린 피해자 130여 명에게 약 200억원을 보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위는 이르면 9월 말쯤 최종 중재안을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