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태어난 소년 축구선수를 소속팀 허락 없이 데려가고 싶다면 105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는 이강인(17·사진) 얘기다.

이강인이 21일 소속팀인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와 재계약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과 2022년 6월 30일까지 기간을 연장하는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특정 금액 이상을 지불하면 원소속팀 허락 없이도 계약할 수 있는 바이아웃(buy-out) 금액은 8000만유로(약 1057억원)로 책정됐다. 발렌시아가 1000억원이 넘는 바이아웃 조항까지 넣어 미래가 유망한 이강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이강인을 '발렌시아의 진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지난 2007년 국내 TV 프로그램인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축구 자질을 인정받은 뒤 2011년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소속팀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선 물론이고 한국 청소년팀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강인은 두 살 위 형들이 주축인 19세 이하 한국 축구 대표팀에 선발돼 지난 5월 툴롱컵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2일에는 이강인이 스페인에 귀화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발렌시아 지역지가 "스페인축구협회가 이강인의 귀화를 3년 전부터 추진해왔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나서 "스페인축구협회가 이강인 선수의 귀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와 관련해 19세 이하 대표팀 매니저가 아버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전혀 그런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오는 8월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23세 이하 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김학범 감독은 "이강인을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에 포함해 기량을 점검하고 싶었는데, 구단이 거절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강인이 1군 팀과 스위스 전지훈련을 함께할 예정"이라며 "다음 시즌(2019~2020시즌)에는 1군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