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국정원 특수활동비 34억5000만원을 상납받아 원래 용도와 달리 썼다는 혐의(국고 손실 등)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또 2016년 총선 때 친박(親朴) 정치인들이 새누리당 텃밭에 많이 공천되도록 이에 필요한 여론조사를 청와대에서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당에 전달하게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국정 농단 혐의 사건의 1심 선고 형량(24년)까지 합치면 총 징역 32년을 선고받은 셈이다.
검찰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을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36억5000만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자신의 임명을 대가로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이날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상납받은 36억5000만원은 뇌물은 아니지만 이 중 34억5000만은 국고 손실 등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 선고를 내렸다. 방첩(防諜) 업무 등에 쓰게 돼 있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관없는 곳에 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 공천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헌법의 근본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켰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뇌물 혐의 무죄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항소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