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9일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아마도 북한 비핵화가 1년 안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최근 '북한이 1년 안에 비핵화할 수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된 질문에, 코츠 국장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과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코츠 국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비핵화가 어려우며 일정 시간이 걸릴 것임을 명확하게 말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더 장기적인 시간의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코츠 국장은 이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정은이 계속 비핵화 의지를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 잘될 것이란 가정하에 밀고 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북한을 신뢰하느냐가 아니라 적절한 검증 체제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18일부터 4일간 열리는 애스펀 안보포럼은 마치 워싱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미 정보기관 수장과 안보 전문가, 안보 전문 기자들이 총집결해 미국이 당면한 안보 문제를 다룬다. 이번 포럼의 관심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집중됐다. 최근 있었던 미·러 정상회담이 준 충격은 이날 포럼에서도 여전히 생생했다.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본 미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를 무시하면서 이런 의혹을 부인한 푸틴을 오히려 두둔하고, 동맹국 지도자들은 무시하고 압박하면서 푸틴 앞에선 약해 보였던 트럼프가 준 충격의 여파가 큰 듯했다.

타임 표지의 ‘트럼푸틴’ -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최신호 표지를 19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트럼푸틴(Trumputin)’이라고 명명된 이 합성 얼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을 옹호한 뒤 ‘반역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코츠 DNI 국장은 이날 NBC 방송의 안드레아 미첼 기자가 인터뷰 도중 "백악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을에 워싱턴으로 초청했다"는 속보를 전하자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다시 말해 달라"고 했다. 미국 최고의 안보 수장이 전혀 몰랐던 것이다.

느닷없이 발표한 푸틴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이 상황을 돌파하려는 '트럼프식 외교'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푸틴 대통령을 가을에 워싱턴DC로 초청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미 양측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스펀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은 정책 목표도 아니고 문제 해결 방안도 아니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애스펀 안보포럼엔 코츠 DNI 국장을 비롯,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 등이 참석했다. 북한과 중동 등도 중요한 주제였지만 러시아 비중이 가장 컸다. 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란 것이다. 코츠 국장은 "러시아가 미국의 기본 가치를 해치려 한다"면서 "앞으로 선거에서 러시아가 그렇게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푸틴과의 단독 회담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전혀 모른다"면서 "사전에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면 다른 방식을 제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러시아는 이슬람 국가(IS)나 북한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자 적대적인 나라이다. NBC방송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러시아를 적으로 또는 비우호적으로 본다. 러시아를 미국의 위협으로 보는 비율은 27%로, 이슬람국가(IS)의 23%, 북한의 21%를 앞선다. 트럼프-푸틴 회담에 '항복 정상회담'이나 '반역'이란 격한 표현까지 동원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 것은 점점 커지는 숲에 있는 한 그루 나무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외국 세력의 작전을 공개해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