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라고 했던 배우(가수)들이 어째 안 왔습니까?’ 하고 묻더군요. 나훈아씨 얘기인 것 같아 ‘스케줄이 있어서 못 왔다’고 했더니 의아하게 쳐다보더라고요. ‘국가가 부르는데 어떻게 안 오느냐’는 표정으로.”

도종환(63·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직접 만나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굉장히 호기심이 많고 남한 문화를 알고 싶어한다”고 평했다. 그는 지난 1년을 가장 바쁘게 보낸 장관 중 한 사람이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등 남북 교류의 중심에서 굵직한 행사를 치러냈다. 도 장관은 20일 한국여기자협회가 주최한 여기자포럼에 참석해 남북 교류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서 만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그에게 한 첫 질문은 “우리 노래 많이 준비해오셨습니까?”. 도 장관은 “아는 북한 노래가 없어서 답변을 못했다”면서 “북한은 우리 노래를 열 곡 이상 연습했는데 우리는 서현의 ‘푸른 버드나무’ 한 곡밖에 준비를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선희와 북한 가수가 ‘얼굴’을 함께 불렀을 때 가장 뭉클했어요. 우리도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라.”

그는 “TV로 보면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사람이 현송월 단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성격이며 일하는 모습까지 굉장히 활달했다”고 전했다. 윤도현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을 때의 일화도 재미있다. “윤도현씨가 마지막 소절인 ‘남자는 다 그래’를 외치자 김여정 부부장과 리설주 여사가 손뼉을 치며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라고요.”

도 장관은 “북측 인사들이 예전엔 협상이 잘 안 되면 도중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는데 이번엔 달랐다”고 했다. “삼지연악단 공연 예정곡 중에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노랫말이 한 줄 있었어요. 그래서 이 노래는 빼달라고 요구했더니 바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이렇게 굽히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도 장관은 몇몇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또 (북한에) 가야 하는데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북한에서도 실시간으로 남한 뉴스를 보니까요. 한번은 식사 자리에서 한 고위급 인사가 ‘드루킹이 뭡네까?’ 묻더라고요.(웃음)”

문체부는 지난 4월 열린 ‘봄이 온다’의 답방 공연인 ‘가을이 왔다’ 공연 일자를 북측과 조율하고 있다. 도 장관은 “서울, 수도권은 물론 광주광역시 공연장까지도 알아보고 있다. 두 정상이 약속한 거라 꼭 성사시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