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해병대용으로 개조한 ‘마린온’의 모습.

군 당국이 20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와 관련해 "조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마린온을 시험평가한) 국방기술품질원을 배제하고 유가족이 추천하는 항공 전문가와 민간 항공기사고조사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며 "승무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거듭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지 3일만에 뒤늦게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태성 해병대 참모장은 이날 "지난 17일 정비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한 사고기는 메인 로터(회전날개)가 항공기에서 분리되면서 동체가 지상에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탑승 승무원 6명 중 5명이 순직했고 1명은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군은 통상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사건 당일 사건 개요와 향후 조사계획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 당일엔 사고 발생 공지만 했다. 그 다음날 추락 영상과 사진은 유가족에게 먼저 공개한 뒤 언론에는 오후에 공개했으며 공식 입장은 3일이 지나서야 발표했다. 국방부도 사고가 난 다음날 오후에서야 국방부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순직 또는 부상장병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추락 영상을 17일 오후에 확보했지만 추락 장면에 대해 가족들에게 설명해주고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다음날에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사건 현장 CCTV 공개는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기 전까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관련 브리핑이 왜 늦어졌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숙했고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라며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해병대는 "사고조사위원회가 단계별 조사계획을 수립해 조사 중이며 지난 18일 현장조사와 목격자 진술 확인, CCTV 자료 등의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항공기에 탑재됐던 비행기록장치 등을 회수해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사위원회는 기초조사를 완료한 후 정밀분석과 사고원인 도출, 검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사고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조사가 완료되면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