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 항소심 결심(結審)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심 때도 같은 형량을 구형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작년 10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등 사법 절차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마지막날 까지도 진지한 반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선고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 때부터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순실씨를 국정운영에 관여시켰고, 대기업을 동원해 재단을 설립했음에도 최씨와의 관계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은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얻은 사적 이익이 전혀 없다"며 “최순실씨가 창조경제 육성을 위해 추진한 정부 정책을 사익 취득의 기회로 삼은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최순실씨에 대한 인간적 믿음을 경계했었어야 한다는 늦은 후회와 자책으로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증거에 의해서만 공소사실 유무죄를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국선변호인단은 또 선고 생중계를 불허해달라는 의견도 밝혔다. 국선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생중계와 관련해) 확고하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이상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인격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SK·롯데로부터 모두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하고,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 18개 범죄 혐의로 작년 4월 기소됐다.

올해 4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 중 16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단 출연금 모금 혐의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 등은 유죄로 판단했다. 뇌물죄의 경우, 삼성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22)씨의 승마 지원금 명목으로 최씨가 받은 72억9000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선변호인단에 항소 포기의사를 밝히는 등 2심 재판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1심 재판부가 구속기간을 연장한 이후부터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항소 포기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 부분에 대해서만 다시 판단한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24일 오전 10시에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같은 날 오전 11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선고도 함께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