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역동적인 인물이 중심이 돼 전당대회에 포진해야 한다" "실력 있는 미래 세대를 발굴해 조직을 역동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 정당 토론회에서 초선 의원들이 지도부를 향해 쏟아낸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은 6·13 지방선거에서 대참패한 야당 초선 의원들이 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동민, 강훈식 의원이 "이대로는 당이 위기"라며 한 얘기다.
상식적으로는 1년여 전 정권을 뺏기고 지방선거에서도 대패한 제1 야당 한국당 초선들 사이에서 이런 반성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침묵만 하고 있다. 한국당에서 선거 패배를 반성하는 토론회가 몇 차례 열렸지만, 당권에 관심 있는 일부 중진 의원이 열었을 뿐이다.
초선들의 역할은 따로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중진 의원들이 현 지도부의 비대위 구성에 대한 견제와 비판 발언을 쏟아낼 때, 박수를 보내는 '들러리'로 행동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토론회에선 "초선들의 목소리가 없었던 자유한국당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우리나라 보수 정당 초선들이 항상 이 모양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는 여야를 막론하고 '겁 없는 소장파'의 상징이었다. 10년 전 18대 국회 당시에는 김성태 현 한국당 원내대표, 권영진 대구시장,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포함된 초선 모임 '민본21'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용감하게 '쓴소리'를 거듭 냈다.
하지만 이후 2차례 총선을 거치면서 초선들은 '친박·친이' 혹은 '친박·비박'이라는 계파 논리에 안주하며 보스의 입맛 맞추기에 바쁜 '순한 양(羊)'이 됐다. 계파 전쟁의 전면(前面)에 나선 초선이 일부 있었을지언정, 보수의 미래를 놓고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인 이는 없었다. 계파에 줄 서 공천장 받고 국회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보니, 국민 생존보다 자기 생존이 더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일까.
이들의 태생적 한계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이 주류인 민주당과 비교해 한국당에는 제도권 출신이 많다. 윗사람 말을 따르고 조직 논리에 순응하며, 사회적 성장을 하다 보니 모험적 도전을 꺼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반쪽'인 보수의 기반이 허물어져가는 지금은, 지나온 삶이 그어놓은 한계에만 갇혀 있을 때가 아니다. 1997년과 2010년 영국의 좌우 정권 교체를 일군 총리들은 40대였다. 한국당 초선들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 '침묵의 벽'을 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