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4일 개막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대고려(大高麗)' 특별전에 '왕건상(像)' 등 북한 문화재의 전시가 추진된다. 배기동(66·사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7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 청동 태조 왕건상과 개성 만월대 발굴 금속활자, 고려청자 등 문화재 17점을 전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통일부에 전달해 북한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고려' 특별전은 국보·보물 48건을 포함한 국내외 고려 유물 300점이 출품되는 대형 전시다. 왕건상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적이 있었고, 옷을 입지 않은 신체 일부에 천을 덮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배 관장은 또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품을 상호 대여하는 방법으로 남북 박물관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남측의 백제·신라·가야 유물을 북측의 고조선·고구려·발해 유물과 바꿔 전시한다는 안이다.

중앙박물관은 소장 유물 중 4만2000점을 2020년까지 지방 국립박물관으로 옮겨 재배치하면서 '조선 선비문화'(전주), '금속공예'(청주), '복식'(대구), '가야'(김해), '임진왜란'(진주) 등의 브랜드로 각 박물관의 특징을 살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앙박물관 2층에 '세계문화관'을 신설하며 가상현실(VR) 전용관 등 박물관의 디지털 콘텐츠도 확충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2005년 용산 이전 후 처음으로 수장고를 언론에 공개했다. 수장고는 박물관 소장 유물 20만여 점 중 80%를 수장하고 있으며, 유물을 보려면 보안장치 9개를 풀어야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공개된 3번 수장고(도자기)의 경우 미송·오동나무로 만든 218개 격납장 등에 7만2000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으며 온도 16~24도, 습도 50%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