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남대문시장 근처 남창동에 문을 연 '카페 피크닉' 천장은 샹들리에가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큼지막하고 기다란 나무 테이블을 따라 모양이 제각각 다른 크리스털 샹들리에 13개가 줄지어 매달려 있다. 이곳은 긴 테이블과 그 위의 샹들리에로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집의 인테리어는 '폭력적인 아르데코'라는 농담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카페 조유리 대표는 "노출 콘크리트로 거칠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화려하고 반짝이는 요소를 섞어보고 싶었다"며 "크리스털처럼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소재는 대담하게 쓰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동안 샹들리에는 고색창연한 시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모던하고 간결한 조명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더욱 그랬다. 작년부터 이런 흐름이 조금 달라졌다. 샹들리에가 다시 유행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이름을 얻는 카페·갤러리·식당·서점·미용실 같은 곳에 가면 샹들리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련되게 스타일을 다듬고 변형한 샹들리에보다 크고 화려하며 예스러운 전형적 스타일의 샹들리에다. 유인테리어 유성철 실장은 "요즘은 북유럽 스타일도 지루하다. 특히 10대나 20대일수록 옛날 스타일에 더 열광한다"며 "샹들리에 열풍도 비슷하다. 1920~30년대 댄스홀에 걸려 있었을 것 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올해 3월 문을 연 서을 연남동 복합문화공간 '연남방앗간'도 거대한 샹들리에로 입소문을 모으는 곳이다. 2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만큼 휑뎅그렁하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큼직한 샹들리에를 놓아 포인트를 줬다. 곳곳에 놓인 오래된 자개장과 붙박이장까지 '예스러운 게 트렌드'라는 요즘 유행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달 서울 익선동에 문을 연 '경성과자점'도 1920년대풍 샹들리에를 놓아 눈길을 끈다. 이곳 김혜진 대표는 "경성과자점이라는 이름에 맞게 20세기 초 스타일을 찾다가 샹들리에를 발견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샹들리에를 보고 들어와서는 사진을 찍으며 한참 구경하고 간다"고 했다. 서울 익선동 만둣집 '창화당', 대전 관저동 닭발집 '유성닭발', 광주 봉선동 카페 '베르파크'도 화려한 샹들리에를 매달았다.
샹들리에를 천장에 매달지 않아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도 있다. 카페 '어터' '레귤러서비스커피숍' 등을 운영했던 장재욱 대표가 작년 문을 연 서울 망원동 '소셜클럽서울'엔 추락한 샹들리에가 있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샹들리에가 마치 사고로 떨어진 것처럼 놓여 있다. 사람들이 오히려 "궁금하다"며 찾아온다고 한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카페 '다크커피'도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낮게 달린 샹들리에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사장 전수진씨는 "샹들리에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샹들리에 옆자리에 앉으려는 이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