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갑자기 프랑스 대표 선수들이 난입했다. 선수들은 손에 든 샴페인과 물, 에너지 음료를 사방으로 뿌려대며 노래를 불렀다. 취재 기자들도 흠뻑 뒤집어썼다. 여러 선수가 웃통을 벗은 상태였다. 한동안 기자회견이 중단됐다. 물벼락 맞은 데샹 감독은 인상을 찌푸리긴커녕 선수들을 하나씩 끌어안았다. 현장에 있던 언론들은 이를 '유쾌한 습격'이라고 불렀다. 대부분 빈민가의 이민자 가정 출신인 프랑스 대표 선수 평균 연령은 25세 10개월이다.

▶프랑스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팀을 '여섯 번째 아프리카 대표팀'이라고 부르며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팀 23명 가운데 21명이 이민자 집안 출신이고 그중 15명이 아프리카계다. 1958년 펠레 이후 60년 만에 10대 선수 결승전 득점 기록을 세운 음바페는 카메룬과 알제리 출신 부모 밑에서 자랐다. 프랑스는 인종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도시 주변부 방리유(banlieue)의 시위대 구호가 "자유, 평등, 음바페"다. 그래도 여론은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이 1998년에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의 단결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사실 이민자 출신 대표 선수는 프랑스에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쥐스트 퐁텐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최다 득점 기록(13골)을 세우며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모로코 출신이었다. 1984년 프랑스는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당시 주전이었던 플라티니는 이탈리아계다. 1998년 프랑스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이룬 주역은 알제리계인 지단이었다.

▶혈기 방장한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꿰어 보석 목걸이로 만든 이가 데샹 감독이다. 그도 바스크 혈통이다. 1998년 월드컵 주장이었던 데샹은 "우리는 하나로 단합된 프랑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대표팀을 외풍으로부터 막아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에서 우승한 데샹은 축구를 잘하는 세 가지 비결이 있다고 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간결하게, 각자 가진 강점 위주로 플레이하라는 것이다.

▶'발칸의 동화'를 빚어낸 크로아티아도 기적 같은 선전에는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축구도 선수들의 강점을 찾아내 세계와 겨룰 수 있게 해줄 비전 있는 지도자를 모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