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기 3개월 전인 올해 1월 31일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이란 비밀창고를 급습해 이란의 핵 개발 정보를 입수한 과정을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월 말 백악관에서 이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알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일주일 뒤 이란 핵 협정 전격 탈퇴를 발표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한밤중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상업 지구에 위치한 한 창고에 은밀하게 접근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창고 안 경보장치를 예상 탈출 시간에 맞춰 해제하는 것이었다. 이란 측의 경비가 교대 근무를 위해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7시, 그들이 도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창고에서 탈출해야 하는 시간은 오전 5시였다.

2018년 4월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TV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이란에서 CD와 비디오 테이프 163장과 5만쪽에 달하는 이란 핵 개발 관련 기밀 문건을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20여 명의 모사드 요원들은 화씨 3600도가 넘는 가스 토치로 32개의 보안장치를 뚫고 창고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그들은 163장의 CD와 비디오 테이프, 5만쪽에 달하는 기밀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의 무게는 500kg에 달했다. 모사드는 정보를 입수할 때 문건의 사진을 찍는 방식을 주로 취하지만 이번엔 문건을 직접 가지고 나오는 방법을 택했다. 탈출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임무 수행에 걸린 시간은 총 6시간 29분이었다.

이번 작전은 하루 아침에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모사드는 2016년 2월부터 이란 중심부에 있는 비밀창고 주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이 비밀창고는 이란이 미국 등 서방국과 핵무기 관련 협정을 체결한 이후 전역에 있는 핵개발 관련 문건들을 모아 은밀히 보관해 둔 곳이었다. 국방부 문서에도 언급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공간이었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한 고위관료를 인용해 “모사드의 이 같은 작전 수행이 마치 영화 오션스 11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오션스 11은 카지노를 털기 위해 미국 전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의기투합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NYT는 이번 문건이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해 의심한 부분을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란은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에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체계적으로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이스라엘 정부는 NYT를 포함한 언론사 3곳의 기자들을 초대해 문건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출신인 한 핵 전문가는 “이 문건들은 이란 당국이 핵 개발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018년 4월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핵 문건을 입수한 이란 테헤란 상업지구의 한 창고를 가리키고 있다.

NYT는 이 문건들의 진위를 독자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문건의 대다수는 최소 15년 전에 작성된 것으로,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인 ‘아마드 프로젝트’가 중단됐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 프로젝트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가동됐다. 이 내용은 이미 2015년 IAEA가 확인한 내용이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4월 30일 방송을 통해 이 문건을 공개할 당시, 미국의 이란 핵 협정 연장 시한을 앞두고 협정을 파기하도록 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친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이 문건들이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은 과거 입수한 관련 문건들과 비교한 결과 이 문건을 진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