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이 10일 경기 파주에 있는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휴대전화기 21대와 유심 칩(저장장치)을 떼어낸 유심 카드 53장을 찾아냈다. 이 물건들은 드루킹 일당이 지난달 중순 사무실을 비워주면서 건물주에게 치워달라고 부탁했으며, 쓰레기 봉투와 종이상자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유심 카드마다 일련번호와 함께 사용자 닉네임(별명)이 적혀 있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과 관련된 증거물인 셈이다.

경찰은 지난 2월 초부터 6월 말까지 5개월 가까이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 수사는 지난해 대선 전후 드루킹 일당이 벌인 댓글 조작의 전모를 규명하고 김경수 경남지사 등 현 정권 인사들이 공모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드루킹 등이 쓴 휴대전화는 수사에 가장 필수적이고도 핵심이 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은 그 증거를 빠뜨렸다는 것이다. 특검이 휴대폰 확보를 공개하자 경찰은 "증거는 충분히 확보해 드루킹 사무실을 계속 감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

경찰의 부실 수사와 여권 연루자들에 대한 감싸기 행태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홍보해 달라'며 보낸 기사에 댓글 작업이 이뤄졌고, '매크로 시연(試演)을 참관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는데도 김 지사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다. 김 지사를 드루킹 측에 소개해준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3월 말 드루킹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170대를 압수했지만 제대로 분석도 해보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가 문제가 되자 되찾아온 적도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휴대전화들은 그 당시부터 사무실에 있었던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경찰이 압수수색을 건성으로 했다는 의미다.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 중 하나는 검·경의 부실 수사 전모를 밝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