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함 두 척이 지난 7일 ‘중국의 앞바다’인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25%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시작한 가운데, 중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중국 압박용으로 ‘대만카드’를 활용하는 데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류제이(劉結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지난 8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기자들에게 미 군함의 대만해협 진입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국의 국가 이익을 위협하는 어떤 일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종종 명백한 의도를 갖고 이러한 카드를 써왔다”며 “미국의 이런 방식은 대만 민중의 이익을 위협하고 중국 전체 인민의 이익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미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머스틴(DDG-89)과 벤폴드(DDG-65)가 7일 오전 대만해협에 진입해 동북쪽으로 향했다.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공식적으로 11년 만이다. 미국의 이번 구축함 파견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미 군함이 대만해협에 진입하는 것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11년 전인 2007년 11월엔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대만 언론은 당시 대만해협을 통과해 홍콩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을 미군 구축함이 추적했다고 보도했지만, 중국·대만 국방부는 이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안 문제를 대중 압박카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엔 중국의 반대에도 미국·대만 공직자의 상호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 여행법’에 서명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9일 ‘미 군함이 대만해협에서 심리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과 대만의 도발을 비판했다. 이 매체는 “중국과 미국 간 정치는 복잡하고 미묘하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하나고 따라서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을 도발한다면 미국은 큰 위험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딩수판 대만 정치대 명예교수는 대만 자유시보에 “이번 작전은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부정적 행위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 페이 샤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이 양안 관계를 활용할수록 중국은 대만을 경제·안보 측면에서 더 압박할 것”이라며 지금의 미·중 갈등이 대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