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술버릇에 시달리다 별거한 외국인에 대해 남편이 죽었다고 체류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선영 판사는 몽골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판결했다.
A씨는 2000년 11월 이모씨와 결혼해 국내 체류자격을 얻었다. A씨는 6년 가량 이씨와 동거하며 결혼 생활을 했고, 이 중 절반 정도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별거하기 직전인 2006년에는 이씨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유산하기도 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사는 동안 식당이나 모텔, 공장 등에서 일하며 거의 집에만 있는 이씨를 부양했다. 집에 들어오면 알코올 중독인 이씨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이씨가 지체·신장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무렵인 2006년 11월 헤어졌다. 이씨가 A씨에게 따로 살자고 요구한 것이다. A씨는 별거가 시작되고 나서도 적게는 두 달에 1번, 많게는 한 달에 2번 이씨를 찾아가 생활비를 줬다. 다만 술만 마시면 시비를 거는 남편의 성격 때문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필요할 때 공중전화로만 연락했다.
알코올 중독에 신장이 좋지 않던 이씨는 건강이 계속 악화돼 지난해 4월 사망했다. A씨는 자신의 연락처를 남편이나 남편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아 A씨가 숨진 사실을 한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이를 두고 서울출입국국·외국인청은 같은해 11월 장기간 동거하지 않았고, 사망 사실을 늦게 알았다는 이유로 혼인관계의 진정성이 없다며 A씨의 체류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그러나 법원은 “남편의 사망까지 진정한 혼인관계를 유지한 게 맞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부부간에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으므로 동거하지 않거나 연락을 자주 못했다는 사정 등으로 혼인관계의 진정성이 없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별거 이후 둘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해도 귀책사유는 남편에게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 판사는 “따라서 A씨는 출입국관리법상 결혼이민(F-6)의 체류자격 중 하나인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