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수입된 집비둘기에 밀려 멸종위기에 몰린 토종 텃새 양(洋)비둘기 10여마리가 지리산 사찰에 둥지를 틀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7년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 서식하다 2009년부터 자취를 감춘 양비둘기가 올해 6월 지리산국립공원 사찰에 사는 것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화엄사 10마리, 천은사 2마리 등 12마리 모습이 관찰됐다.
양비둘기는 비둘기과 텃새로 낭떠러지나 해안 절벽 구멍에 살아 '낭비둘기' '굴비둘기'라고 불린다. 1882년 미국 조류학자 루이스 조이가 부산에서 포획해 신종으로 등재했다. 도시에서 쉽게 발견되는 집비둘기와 겉모습이 비슷하지만 어깨사이, 날개덮깃, 허리는 희고 흰색을 띄다 끝에 검은색 띠가 있는 꼬리가 특징이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배설물로 인한 건물 부식 등을 이유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대규모 행사 때마다 외래종 집비둘기가 방사되면서 경쟁에서 밀렸다. 1990년대 남해 일부 섬에서 관찰된 양비둘기는 지리산 화엄사에선 2007년 발견됐다가 2009년 사라졌다. 지리산 천은사에선 2011년 5월 16마리 첫 발견 후 2014년엔 13~16마리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번식 생태나 서식지 이용 특성 등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양비둘기 생태자료 확보를 위해 야생생물보호단 및 시민조사단과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사찰 탐방객을 대상으로 생태해설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에 서식이 확인된 화엄사, 천은사와도 손을 맞잡는다.
5월 말 열린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 지역협치위원회에서 우두성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전회장이 보호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적극 협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찰은 화엄사 각황전 등 처마 밑에 사는 양비둘기의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 사찰 해설 프로그램 반영 등 다양한 보호 및 홍보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승희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장은 "양비둘기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 내 사찰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생육환경 개선과 적극적인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