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학계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특수사건 등 광범위하게 인정하면서 ‘검찰 개혁’이라는 기본 취지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을 보면 경찰에 1차적 수사권·종결권을 부여하면서도, 특수와 공안 등 주요 사건의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 형사법 관련 6개 학회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합의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선진수사제도 도입을 위한 출발점으로서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검찰의 절대권력을 분산하는 검찰개혁 측면에서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1일 검경 수사지휘 폐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에 특수사건 분야 직접수사권 인정, 검찰의 영장 불청구에 대한 경찰의 이의제기 수단으로 영장심의위원회 설치 등 내용을 담은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서 교수는 합의안에 담긴 검사의 1차적 직접수사 범위를 두고 ‘사실상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합의안을 보면 검찰은 △경찰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 및 직원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범죄 △금융·증권범죄 △선거범죄 △방산비리 △사법방해 등의 특수사건에 대해서 직접 수사권을 갖게 됐다.
서 교수는 “전체 사건의 97~98%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은 2~3% 수준인 특수수사 분야에서 주로 수사지휘를 한다”며 “검찰의 수사, 기소권 남용에 따른 폐해가 가장 심한 분야가 검찰의 특수수사 분야였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검찰권력의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은 특수수사 분야에서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전혀 받지 않았다”며 “이번 조정안은 검찰 권한을 사실상 원형대로 존치해, 검찰의 권력 남용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는 경찰관 범죄 및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에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환 고려대 법전원 교수도 “현행 수사구조의 근본 문제점은 검·경에 의한 이중적·이원적 수사구조라는 점”이라며 “이런 수사구조의 근본 원인은 검찰의 직접수사에 있고,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을 점차 축소해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 교수는 검찰 만큼 경찰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형사법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를 요구해왔지만 그 사이 경찰의 구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경찰조직을 재구성해 수사경찰과 사법경찰의 조직, 인사를 독립시켜야 한다. 이러한 일은 국회의 입법과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