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53년 전 시리아에서 공개 처형된 이스라엘의 스파이 엘리 코헨의 손목시계〈사진〉를 '적의 손'에서 되찾는 데 성공했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이 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모사드가 2014년부터 코헨의 무덤 위치를 백방으로 찾았으며 이 손목시계는 이러한 유해 수습 작전의 일부"라고 전했다.

엘리 코헨은 이스라엘에선 '나라를 구한' 인물로 추앙되는 전설적인 스파이다. 많은 거리와 건물에 그의 이름이 붙여졌고, 해마다 추모 행사가 열린다.

이집트계 유대인인 코헨은 1957년 이스라엘로 귀화하고 1960년 모사드에 합류했다. 이후 1962년부터 4년간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살면서 시리아군 장성, 관리들과 사귀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시리아인 갑부'로 위장한 그의 아파트에선 술과 성매매 여성들이 넘쳐나는 연회가 이어졌다.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모사드에서 '566번'으로 불린 코헨은 이 과정에서 습득한 첩보를 프랑스 암호문으로 작성해 모스(Morse)부호로 발신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보고는 시리아군 배치·장비 운용 상황, 방어시설, 소련과의 관계, 권력 암투 등 매우 광범위해서 이스라엘이 1967년 이른바 '6일 전쟁(6월 5~10일)'에서 이집트·요르단·시리아에 대승(大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엘리 코헨

그러나 코헨은 집에서 무전 발신을 하다가 이 신호가 근처 시리아군 통신과 전파 장애를 일으켜 붙잡힌 뒤, 1965년 5월 18일 다마스쿠스 복판의 광장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모사드가 2년 전 코헨의 체포부터 재판, 처형에 관여한 시리아인에 대한 정보활동 을 강화해 그가 찼던 오메가 시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후 18개월간 다마스쿠스 한복판에서 이 시계를 회수하려는 복잡한 작전을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코헨은 거부(巨富)라는 신분에 걸맞게 유럽 여행을 자주 가 사치품을 많이 샀으며, 이때 오메가 시계를 구입했다고 한다. 모사드는 스위스에서 코헨의 시계 구입 기록을 확인했다. 이후 그가 생전에 이 시계를 차고 찍은 사진과 확보한 시계에 대한 정밀 감식 등을 통해 3개월 전 이 시계가 코헨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헨의 무덤은 끝내 못 찾았다. 시리아 정부 관계자는 2008년 "당시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쳐들어올까봐 시신을 몇 차례 옮겼고, 나중엔 정보 당국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보고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