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돌아가거든 우리를 알리고 이렇게 말하십시오. 당신들의 내일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오늘을 바쳤노라고(When you go home, tell them of us and say: 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영국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중 타국에서 전사한 영국군을 위해 현지에 남긴 묘비명들의 하나입니다. '13시간(13 Hours·사진)'은 이처럼 해외에서 목숨 바쳐 싸운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넋을 기린 실화입니다. 때는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축출된 다음 해인 2012년. 반미 무장 과격분자들이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합니다. 기습당한 영사관 직원들은 인근 중앙정보국(CIA) 기지에 구조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기지 소장은 응하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기지의 임무는 반군 세력이 탈취한 미사일 등이 국제 암시장에 들어가는 경로를 추적하는 건데요. 기지의 활동과 존재 여부는 극비입니다. 한편 용병대장은 소장의 반대에 맞서 부하를 지휘합니다. "그들을 구할 손은 우리뿐이야(We are the only help they have)."

열세 시간의 사투는 그 실상이 참혹합니다. 테러당한 미국 대사가 목숨을 잃고 CIA 기지도 무차별 공격당합니다. 다수의 CIA 직원, 용병, 테러 타격 대원이 목숨 바쳐 기지를 지켜낸 끝에야 상황이 종료됩니다.

영화는 곳곳 장면에서 성조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제작진이 끝 부분에 이런 명구(名句)를 띄워 올렸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군인들의 용맹과 희생에 크게 빚지고 있음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지요.

‘국기가 펄럭이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다. 국기를 사수(死守)하다가 산화(散花)한 모든 군인의 마지막 숨 덕분이다(Our flag does not fly because the wind moves it. It flies with the last breath of each soldier who died protecting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