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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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여덟 살짜리 딸의 아토피 질환이 심해지자 이를 비관한 어머니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요즘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조선비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아토피 피부염’으로 병·의원을 찾은 0~19세 소아·청소년 환자만 53만9989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체 아토피 환자 93만3897명의 57.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부모 세대보다 훨씬 아토피 환자가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붉은 발진과 가려움증, 피부 건조증 등을 동반하는 아토피는 주로 유아와 소아에게 발생하는 흔한 만성 혹은 재발성 피부염입니다. 특히 다리가 접히는 부위와 엉덩이, 손목, 발목 등에 많이 나타납니다. 드물지만 성인이 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뜻을 알 수 없는', '비정상적인 반응', '기묘한' 등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아토피'가 어원인 이 피부질환은 아직도 정확한 발병 원인과 치료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면역학적·환경적·정신적 요인 등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 오염과 주거 환경 변화, 식생활의 서구화, 스트레스 등이 환자 수 급증의 주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영아의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특정 유전자 양이 아토피 질환 유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임신 초기 산모의 미세먼지 노출량이 1㎥당 10㎍ 늘어날 때마다 아기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위험은 22%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 낡은 수도관에서 새어 나오는 유해가스가 아토피, 천식 등 호흡기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아토피를 겪는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완치 가능한 치료제와 시술법이 없는 상황이고, 아토피 환자의 연령대가 낮은 특성 상 스테로이드제 오남용 등 치료제 부작용을 우려해 병·의원을 찾지 않고 한방의료기관을 찾거나 식이·민간요법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데이터 분석 통계에서도 비급여 진료, 한방병원, 한의원 이용 환자 등은 빠져있습니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아토피 발병률이 점차 느는 추세로, 의학계 일부에서는 오는 2022년 전세계 아토피 환자 수가 1억35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피고름이 나는 고통과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현실에 한번,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또 한번. 아토피를 겪는 아이들과 부모는 지금도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