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동물을 너무 무서워합니다. 멀쩡히 길을 가다가도 애완견이나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만나면 화들짝 놀라 저한테 안겨옵니다. 한번은 목줄 없는 강아지가 아이를 향해 다가오는데, 정말 기겁을 하면서 멀리 도망가더라고요. 강아지 주인이 강아지를 데려간 뒤에도 한참을 울어서 달래느라 혼났습니다. 어렸을 때 특별히 동물한테 물리거나 공포를 느낄 만한 경험을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러는 걸까요. 너무 걱정됩니다. ㅡ서울 오륜동 재호맘(35)
인간의 정서가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해선 학계 설명이 나뉩니다. 일각에서는 정서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옛날 원시인이 공룡을 만나도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면 숨거나 도망치지 못해 대부분 숨졌을지 모릅니다. 공포라는 정서가 인간 진화와 함께 생존과 관련한 중요한 방어 기제로 발달했다는 주장이지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신생아가 큰 소리가 나면 울고 생후 9개월 무렵 낯선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고 우는 것은 공포와 관련된 정서 발달이 정상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네 살(만 2세) 아이는 다섯 살, 여섯 살 해를 거듭할수록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많아집니다. 안전한 부모 품에서 벗어나 점점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하는 인지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뭔지 알아채지 못하던 것을 새롭게 무서워할 수도 있습니다.
정서 발달이 타고난다기보다 양육 과정에서 습득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아가 애완동물 때문에 놀랐거나 또는 주변 부모가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며 공포심을 키운다는 얘기입니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벌레나 동물 때문에 두려움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은 모방을 통한 학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네 살 후반~다섯 살부터 상상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도 무서워하는 대상이 많아지는 데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의 공포심이 타고난 것인지 부모 행동을 모방한 것인지에 대해선 이론이 갈리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영아를 대하는 부모님의 적절한 양육 행동입니다. 동물이 무섭지 않다며 억지로 만지게 하거나 설명하기보다는 영아의 두려움을 이해해 주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서는 논리적인 인과관계 설명이 아니라 따듯한 수용과 공감으로 발달합니다. 아이가 동물을 보고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면 "강아지를 보고 놀랐구나" "많이 무섭나 보다"라고 영아가 느끼는 정서를 말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영아에게 감정에 대해 표현하는 언어를 다양하게 들려주면 영아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언어로 표현한 뒤에는 아이가 무서워하는 대상과 일정 간격 떨어지도록 해주세요. 부모님이 아이 손을 잡아 주거나 안아 줄 수도 있습니다. 두렵거나 무섭다고 느끼는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며 다만 부모님처럼 안전한 존재가 필요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부모님 위로가 담긴 따듯한 공감이 아이의 정서를 건강하게 발달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