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 출장차 방문한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은 수많은 이용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 공항은 지난해 6370만여명의 승객을 수용했다. 2001년 대비 승객이 5배 넘게 늘어 인천공항과 비슷한 이용객 수를 기록한 것이다. 터미널이 좁고 낙후됐지만 많은 승객이 별 탈 없이 공항을 이용하고 있었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2년 전인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아타튀르크 공항을 본떠 김해공항에 기존 활주로와 V자 형태를 이뤄 활주로를 하나 더 짓는 '김해공항 확장안(案)'이 최적(最適)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강호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를 가리켜 "용역을 맡은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측이 콜럼버스처럼 달걀을 깨트려 세우는 발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사정은 이렇다. 터키 정부는 자국의 아타튀르크 공항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크게 늘자, 1972년 신공항을 짓지 않는 대신 이 공항에 활주로 2개를 V자 형태로 배치해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항공업계에선 활주로 1개당 보통 연간 15만회 이착륙(승객 2500만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아타튀르크 공항의 경우 전체 면적은 거의 늘리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V자 형태로 활주로 2개를 배치하는 묘수(妙手)를 부려 연간 31만회가 넘는 이착륙 횟수를 거뜬히 소화하게 된 것이다. 연간 6000만명이 넘는 승객이 공항을 찾는 원동력이 V자 형태 활주로인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는 우리나라 김해공항에 기존 활주로와 V자 형태를 이루도록 새 활주로를 짓는 아이디어를 냈다. 40년간 세계 각지에서 공항 입지 선정·설계 등을 맡은 베테랑인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가덕도 바다를 매립한 후 공항을 짓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내륙에 공항을 지을 곳이 없을 때나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마침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달 지방선거 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공항 주변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부산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오 시장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한 용역에서 탈락한 방안을 다시 꺼내서는 중앙정부와 다른 영남권 지자체를 설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도 경쟁력과 효율성이 입증됐고 해외 전문가도 공인한 V자 활주로 방안을 거부한다면, 김해공항 확장만 늦어진다. 이에 따른 기존 공항 혼잡 같은 피해는 영남권 주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