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이니?" "13명이오." "13명?" "예, 13명이오."

다 살아 있었다. 지난달 23일 동굴 탐험을 갔다 실종된 태국 유소년 축구팀 단원 12명과 코치 1명의 생존이 열흘 만에 확인됐다. 동굴 밖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가족, 꽃을 놓고 향을 피우며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태국 사람들의 애절한 심정이 한꺼번에 환호로 녹아내렸다. 영국·중국·호주 등에서 날아온 동굴 구조 전문가들도 환호했다. 아이들은 먹지 못해 앙상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칠흑 같은 동굴에서 구조 전문가들이 비춘 옅은 빛에 웃음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태국 해군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치앙라이주 동굴에서 극적으로 생존을 확인한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했다. 이들은 당시 10일간 동굴에 갇혀 굶은 탓에 야위고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밝은 모습으로 기뻐하면서 “고마워요. 배고파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은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축구팀 소속이다. 그날 11~16세 아이들은 훈련을 마치고 반팔, 반바지 차림 그대로 탐루앙 동굴 탐방을 갔다. 코치 에까뽈 찬타웡(25)과 함께였다. 이들은 평소에도 당일치기로 지역 곳곳을 여행하곤 했다. 탐루앙 동굴은 2년 전에도 함께 가본 적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동굴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폭우가 쏟아졌다. 동굴은 침수됐고 아이들은 고립됐다.

다음 날 수색이 시작됐다. 동굴 입구에서 아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 여러 대가 발견됐다. 태국 네이비실을 비롯한 태국 군경 등 1000여 명이 동원됐다. 총길이 10㎞에 달하는 동굴은 내린 비에 불어난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물은 시야를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진흙탕이었다. 구조대는 동굴 입구에 배수 펌프 수십 대를 설치해 저수지로 물을 빼내기 시작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들과 각국에서 소식을 듣고 온 동굴 구조 전문가들도 합세했다. 드론(무인기)과 열화상(熱畵像) 탐지기도 동원됐다. 이들은 동굴 안쪽 3㎞ 지점에서 아이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과 가방들을 발견했다.

더 이상 수색에서는 성과가 없었다. 실종 6일째인 28일에는 종일 비가 쏟아졌다. 동굴 안 수위가 시간당 15㎝씩 높아졌다. 부모들 심정은 가슴을 불로 지지는 듯했다. 30일 비가 잦아들었다. 이미 실종 8일째였다. 잠수사들이 투입됐으나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역시나 이틀 동안의 잠수 수색에도 아이들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부모들은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동굴 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굴 안은 섭씨 25도 정도여서 견딜 만도 했다.

수색 재개 사흘째인 2일 동굴 속 가장 큰 공간인 '파타야 비치'에 잠수사들이 도달했다. '기적'은 그야말로 기적처럼 찾아왔다. 파타야 비치 안쪽으로 400~500m 들어간 지점에서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산소통을 메고 아이들을 찾아낸 영국 구조 전문가 2명은 "너희들 정말 강하구나. 기다려라. 조금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구하러 올 거다"고 했다. 한 소년은 "네. 내일 봐요"라고 대답했다.

내일 나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이들은 언제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잠수 전문가들조차 아이들 있는 곳으로 5㎞ 정도를 훑으며 가는 데 꼬박 이틀 걸렸다. 최대 5m 높이까지 차오른 물 안에 들어가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몸을 접어야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구간도 있다. 쇠약해진 아이들이 감당하기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현지는 9~10월까지 우기(雨期)다. 우기가 끝나기 전에 동굴 안의 물은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지하 800~1000m 지점에 있어 지상에서 통로를 뚫는 방법은 위험하다.

구조대는 조만간 아이들을 잠수 전문가들이 인도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는 작전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험천만하지만 언제든 폭우가 다시 쏟아질 수 있어 도리가 없다. 수위가 더 올라가면 아이들이 몸을 피할 장소가 사라질지 모른다. 구조대는 아이들이 고립된 장소에 4개월치 식량을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 구출에 실패할 경우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나롱삭 오사따나꼰 치앙라이 주지사는 "아이들이 집으로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