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늦은 밤 술·담배 심부름을 시켜 피해자를 방으로 끌어들였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2일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다. 안 전 지사가 법정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판을 마치고 차에 타고 있다.

이날 검찰은 작년 7월 충남지사였던 안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장 도중 수행비서 김지은(33)씨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덫을 놓았다"고 했다.

안씨는 이날 재판 시작 5분여 앞둔 오전 10시 55분 남색 정장에 흰 셔츠 차림으로 법원에 도착했다. 고소인인 전 수행비서 김씨는 안씨보다 2분 먼저 법정에 입장해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차기 대권 주자라는 막강한 권력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이용한 전형적 권력형 성범죄"라며 안씨를 몰아세웠다. 출장 도중 술과 담배를 방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도 "성관계를 할 목적"이라고 했다. '호감에 의한 성관계'라는 안씨 측 주장에 대해선 "권력형 성범죄 피의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나르시시즘(자기 중심적) 태도"라고 했다.

안씨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부인했다. "차기 대선 후보라는 지위가 위력(威力)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부름을 구실로 성폭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비서에게 심부름을 부탁했다고 해서 성관계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했다. 안씨는 이날 '직업이 무엇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고 답했을 뿐 45분 재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지켜보기만 했다.

재판부는 "위력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씨에 대한 1심 선고는 8월 중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