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7기 전국 지방자치 단체장 243명이 1일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부산·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 17곳, 기초자치단체 226곳 등 243곳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광역지자체 14곳을 휩쓸며 압승했다. 새로운 철학으로 각 지역의 현안을 풀어나갈 단체장들의 향후 정책과 비전을 들어본다.

서울시장 최초로 3선에 성공한 박원순(62) 시장은 "세 번째 임기에는 더 깊은 변화, 더 큰 변화, 더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9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과거 거대한 공사를 일으키는 토건 중심 정책, 부수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 정책에서 벗어나 고쳐 쓰고 다시 쓰는 도시 재생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선거를 위한 '한 방'을 남기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챙기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이뤄 드리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새로 맞는 3기 시정의 중점 정책은 무엇인가.

"최근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돌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정했다. 핵심은 돌봄의 틈새를 없애는 것이다. 부모는 오후 9시에 퇴근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7시까지 돌봐주면 2시간이 빈다. 그 같은 틈새를 시에서 세밀하게 다 메우겠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50%까지 높이도록 아이돌보미 1만명을 추가 채용하겠다.

100만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겠다. 그 가족까지 합하면 300만명이나 되지 않나. 자영업자 이익의 30~50%를 가져가는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서울페이'를 도입하겠다. 소비자가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직접 이체하는 제도다. 젠트리피케이션(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세입자가 떠나는 현상)도 임대료 인상이 핵심인데 미국 뉴욕시처럼 임대료 상승률 제한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이번 제10대 서울시의원 110명 중 민주당이 102명, 한국당은 6명,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1명씩이다. 3개 야당 의석을 합해도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10명에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의 지나친 독주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럴수록 반대 언론의 지적에 귀를 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25개 구청장 중 유일한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나온 서초구의 목소리를 특별히 더 경청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서울시청 집무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짚어가며 향후 시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은 “토건 중심 정책, 부수고 다시 짓는 재개발 정책을 벗어나 도시 재생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시민 삶의 소소한 문제를 챙기는 ‘소확행 박원순’이 되겠다”고 했다.

―이달 초 용산 상가 건물이 붕괴하고, 며칠 전 광화문에서도 건물 일부가 떨어져 내렸다. 시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는데.

"과거 토건 시대 철학으로 재개발에 매달려서 생긴 참사다. 저의 도시 운영 철학 중 하나가 '자신의 집은 자신이 돈을 모아서 수선하고 신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네가 재개발로 묶이면 사유재산권이 제한되고 증개축도 불가하다. 제가 취임할 때 1300군데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전부 해제하거나 정리하고 28군데만 남았다. 남은 곳들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정 내릴 것이다. 해제된 뒤에는 주민이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 앞으로도 재개발이 아니라 고쳐 쓰고 다시 쓰는 도시 재생 사업을 더욱 확대해나가겠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서울의 초미세 먼지를 4년간 20% 이상 감축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결국 지키지 못했다. 2014년 24㎍/㎥, 지난해 25㎍/㎥로 제자리걸음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데 대책이 무엇인가.

"애를 썼지만 효과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서울과 호흡 공동체인 경기도·인천과 정책 조율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두 곳의 단체장이 같은 민주당이 되면서 협력이 쉬워질 것으로 본다. 세 곳이 상설 협의체를 만들 예정이다. 미세 먼지가 특히 안 좋을 때는 차량 등급제를 실시해 노후 경유차 운행을 규제하고, 강제 2부제를 실시해 통행을 제한할 것이다. 도심에 가능하면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도 강화할 것이다. 뉴욕이나 런던 시민은 도심에 차를 가져간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워한다."

―도심 차량을 억제할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도로 다이어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차도를 줄이고 주차장도 줄여나가겠다. 대신 자전거 도로를 많이 만들겠다. 또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를 현재 2만대에서 4만대로 2배 늘려 서울 어디서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할 것이다. 정책 초기에는 시민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대한 시민은 공공의 큰 이익을 위해 약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3선 시장으로서 보여줄 장기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태양의 도시 서울'처럼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정책은 다음 서울시장까지 이어받을 수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로7017'이나 세운상가를 살린 '다시세운프로젝트' 등도 수년간 꾸준히 추진해왔기에 가능했다. 안국동 옛 풍문여고 부지에 들어설 서울공예박물관은 2020년 개관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마곡단지에 문을 열 서울식물원도 지난 5, 6년간 추진해온 성과다."

―'박원순 브랜드'를 보여줄 확실한 '한 방'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큰 거 한 방'으로 기억돼 대선으로 가는 길은 제가 취하지 않은 길이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시장 자리는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지, 시장의 꿈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의 꿈은 너무나 다양하다. 이 시대 시민들은 소확행,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한다. 시민 삶의 소소한 문제를 챙기는 '소확행 박원순'이 좋다."

―다음 행보는 대선일 것으로 보는 시민이 많다.

"지난번에 잠깐 대선 행보를 해보니 대통령은 시대와 국민이 불러내는 자리였다. 지금은 서울시민이 불러냈으니 서울시에 올인해야 한다. 일단 현장에서 서울시민을 많이 만나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집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