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왼쪽), 김영주 고용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지금 당장 모든 업종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풀어주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단과 만나 "산업·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니 하반기에 실태 조사를 거친 다음 (단위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6일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고용부 장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부총리와 여당 원내대표, 주무 장관 말 중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시기에 더 일하면 다른 시기에는 덜 일하는 식으로 단위 기간(현재는 2주 또는 3개월) 내 평균 근로시간을 상한(주 52시간) 이내로 관리하는 제도다. 경영계는 "특정 계절에 업무가 몰리는 업계 등을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는 연장근로 상한 규정을 무력화하는 제도"라며 반대 입장이다.

김 장관은 "현재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3.4%에 불과할 정도로 (기존) 제도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다"면서 "당장은 기업들이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지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너무 짧기 때문에 기업 활용도가 낮다"면서 "단위 기간을 늘려야 (현재 3.4%에 불과한) 활용도가 높아지고 근로시간 단축의 현장 안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6개월간 계도 기간을 둔 데 대해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계도 기간에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법은 시행하되 계도 기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악의적이고 고의로 어기는 경우까지 계도에 포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보도 받고 여러 방식으로 주 52시간 적용 대상인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강력하게 근로 감독을 나가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장관의 발언은 지난 20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당정청(黨政靑) 회의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다. 이 총리는 당시 "경총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 단속과 처벌 유예 제안을 했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당정청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년 말까지 6개월간 계도 기간, 처벌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했었다.

경영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안착하려면 압박보다는 지원이 필요한데, (계도 기간에도) 계도보다는 단속 중심으로 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