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감기 몸살로 28~29일 이틀간 연차휴가를 냈다고 청와대가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전날 예정됐던 규제 혁신 점검 회의 등 공식 일정 두 건을 취소한 데 이어 이날 청와대에서 예정돼 있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접견과 신임 시·도지사 만찬도 취소하거나 미뤘다. 문 대통령은 이틀 연가와 주말을 포함해 나흘간 관저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오늘내일 쉬는 동안 (참모들이)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기로 오전 회의에서 결정 났다"며 "정식 보고서나 일체의 메모 형태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읽지 못했던 참모들의 보고 문건을 읽는 스타일이라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체 '금서(禁書)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전날 밤 열렸던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독일전 승리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통령 메시지를 내보내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몸이 편찮은 상황에서 메시지를 내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러시아 순방을 다녀온 이후 나흘 넘게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부산에서 열린 '6·25 유엔 참전 용사 추모식' 참석을 기상 악화 이유로 취소했다. 그 전날인 25일에도 청와대는 예정됐던 수석·보좌관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시 "참모진을 포함해 휴식 차원에서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이날 이틀 연가를 내면서 이번 주 들어 공개 일정을 한 건도 소화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경제와 북한 문제 등 시급한 국내외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일주일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방한한 매티스 미 국방장관 면담까지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전날 저녁 임종석 비서실장이 관저에 들어가서 문 대통령을 만났는데 기력을 회복해가는 중이라고 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 아닌가. 이번에 건강 상태를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이미 공개 일정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 건강이) 기밀이라고 하더라도 침묵하고만 있을 수는 없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대통령 건강이 보안 사항이긴 하지만 반드시 공개 못 할 기밀이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언론을 통해 알린 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두 차례 청와대 인근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병명에 대해 '과로와 위장 장애'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1월 필리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에서 과로로 공식 만찬에 불참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발간한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 재임 당시인 2009년 폐질환을 앓은 사실을 뒤늦게 밝히고 "아내에게도 발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4월 중남미 4개국 순방 직후 위경련·인두염 진단을 받고 일주일간 휴식을 취했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며 병명을 공개했다. 이에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은 "대통령의 건강을 시시콜콜 자세하게 밝히는 게 맞나.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당시 4·29 재·보선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리스트'로 여당이 압박받던 상황을 겨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