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자사고 지원자들이 일반고에 중복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5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올해 중3 가운데 자사고를 지원한 학생은 예년처럼 일반고를 중복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홍성대 상산학원(상산고) 이사장, 최명재 민족사관학원(민족사관고) 이사장 등과 자사고 지망 중학생·학부모 등 9명은 지난 2월 이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는 이날 헌법소원심판에 대한 결정에 앞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조계에선 "본안 심판 사건도 신청인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사고·외고 폐지' 대선 공약에 따라 올해부터 자사고와 일반고가 같은 시기에 입학을 실시하고,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은 미달된 일반 학교에 임의 배정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특히 경기·전북 등 5개 교육청은 자사고 탈락 학생들은 집 근처 일반고에 자리가 남아도 거리가 먼 비평준화 지역 미달 고교에 보내도록 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헌재가 처음 제동을 건 것이다.
헌재는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이 시행령 개정으로 평준화 지역의 경우 자사고 불합격 시 지원하지 않은 일반고에 배정되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해당 학교군(群) 내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게 된다"며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불합격 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헌재 결정으로 올해 중3들은 기존처럼 자사고와 일반고에 중복 지원이 가능하고, 자사고에 떨어져도 일반고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헌재는 이번 결정이 자사고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시행령 81조 5항엔 외고·국제고도 포함돼 있지만 가처분 신청인들이 자사고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외고·국제고도 자사고처럼 일반고에 중복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자사고뿐 아니라 외고·국제고도 중복 지원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