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부산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 바다와 맞닿은 가파른 절벽 위에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후 2시. 영도대교가 서서히 육중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불과 수 분 만에 꿈쩍도 않을 것 같던 다리 상판이 60도 가까이 들어 올려졌다. 때맞춰 배 한 척이 흰 거품을 흩뿌리며 지나가고 다리 주변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은 이 장면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환호했다. 매일 15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영도대교의 도개(跳開) 장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이다. 2013년 도개식으로 복원, 재개통한 영도대교는 이제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

매일 오후 2시 다리 상판을 들어 올리는 도개 장면을 볼 수 있는 영도대교는 영도와 부산 중구를 잇는 관문이자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다.

영도대교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레 다리 너머 영도를 여행하거나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영도는 부산대교, 남항대교, 부산항대교까지 총 4개의 다리로 부산 중구·서구·남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일까. 부산다우면서도 또 다른 풍경과 분위기가 느껴진다. 세련되진 않지만 정겹고 기대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는 보물섬이다.

배 수리하던 곳이 예술 마을로

'깡~깡~.' 수리 조선소(배를 수리·보수하는 조선소)가 밀집한 대평동 일대에선 망치로 배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선박에 붙은 녹이나 조개를 떼는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아 '깡깡이마을'이라 불리던 마을은 예술과 만나 깡깡이예술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영도대교와 남항대교와 맞닿은 마을 일대는 우리나라 근대 조선업이 시작된 곳이다. 1970~80년대 원양어업의 붐을 타고 수리 조선업의 메카가 됐다. '대평동에선 못 고치는 배가 없다'고 할 정도로 성업했던 동네지만 조선 경기 침체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 마을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침체한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 골목은 생기를 되찾았다.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근대역사 유적과 조선 산업 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골목마다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했다.

(위부터) 깡깡이예술마을로 변신한 부산 대평동 대동대교맨션 벽면에 그려진 작품 ‘우리 모두의 어머니’. 회색 일색이던 수리 조선소 골목을 알록달록한 벽화로 채운 깡깡이예술마을. 수국축제가 열리는 태종사. 5000여 그루의 수국이 만개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대동대교맨션 아파트 벽면에 그려진 높이 35m의 '우리 모두 어머니'란 작품을 비롯해 깡깡이마을 주민이 주인공이 된 벽화들도 눈에 들어온다. 깡깡이마을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는 거리박물관과 마을박물관도 있다. 매월 1·3주 토요일 마을 투어가 있다. 마을해설사와 함께 깡깡이예술마을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 투어 신청은 깡깡이예술마을 홈페이지(kangkangee.com)에서 하면 된다.

영도의 진가는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다.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은 흔히 부산의 산토리니라 불린다. 바다와 맞닿은 가파른 절벽 위에 알록달록한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닮았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마을은 6·25 이후 피란민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해안 절벽에 쌓은 축대 위로 다닥다닥 붙은 집과 좁은 골목길 이어지는 풍경속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마을 분위기가 바뀐 건 예술을 통한 마을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다. 해안 담벼락과 좁은 골목길 사이에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이 하나둘 생겼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촬영지로 스크린에 등장한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며 영도를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바다 건너 남항대교와 송도를 바라보며 예술이 조화된 좁은 골목길 걷는 기분이 새롭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는 흰여울안내소가 됐다. 무지개 계단은 해안 절경 따라 걷는 절영해안산책로와 마을을 이어준다.

수국… 여름 태종대의 멋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단번에 시선을 압도한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절벽 위 태종대 등대도 질세라 위용을 뽐낸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활을 쏘던 바위라 하여 이름 붙은 태종대 일대의 풍경은 눈 돌리는 곳마다 그림이 따로 없다.

영도 동삼동 태종대 일대에 조성된 태종대 유원지는 4.3㎞의 순환로를 따라 둘러볼 수 있다. 120여 종의 수목 울창한 순환로는 남해 경치를 즐기며 여유롭게 걷기 좋다.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더운 날씨가 부담스럽다. 그럴 땐 다누비열차가 답이다. 태종대 전망대와 등대, 태종사 3곳에 정차하는 순환열차는 15분 간격으로 계속 운행한다.

이맘때 태종대를 찾는다면 태종사에 꼭 가야 한다. 30여 종 5000여 그루의 수국이 일제히 꽃을 피우는 환상적인 장관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색색의 꽃 피운 수국 꽃밭에서 잊지 못할 사진 남기고 계절의 풍경 만끽할 기회다. 수국 개화 시기에 맞춰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제13회 수국꽃 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다누비열차는 수국꽃으로 장식한 새 옷을 입고 관광객들을 맞는다. 태종사에서는 주말 점심에 무료 냉면 시식 행사를 연다. 태종대 유원지 포토존에서 스탬프를 찍고 미션을 달성하는 '태종대 수국축제 스탬프 투어'도 즐길 수 있다.

항구의 상징, 컨테이너로 만든 공간

영도만의 매력 품은 새로운 공간들도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신기산업(070-8230-1116)은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만든 외관부터 눈길 끈다. 카페 이름은 이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신기산업은 1987년 방울 생산을 시작으로 현재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굿즈, 무민과 미피의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업체다. 2016년 사옥을 새로 지으면서 카페 문을 열었다.

특이한 외관만큼이나 압권인 전망 덕에 영도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청학동 언덕에 우뚝 자리 잡은 카페에선 영도 일대와 부산항대교,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 아래엔 옛 창고를 개조해 만든 '신기잡화점'이 있다. 복고풍 소품과 플리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수제 액세서리, 소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 영도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와 신기산업에서 생산한 무민 캐릭터 상품도 눈에 띈다.

카린영도플레이스(051-413-8718)는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 '카린'의 쇼룸이다. 청학동 조용한 주택가 오래된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평범한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지하 갤러리부터 2층 쇼룸, 3·4층 카페까지 스칸디나비아풍의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북유럽 감성이 투박한 영도 풍경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지하 갤러리에선 스웨덴의 주거 공간을 재현해 놓은 전시회가 한창이다. 1950~60년대 스칸디나비아 레트로 디자인과 스웨덴의 집 안 풍경을 가까이서 볼 좋은 기회다.

◆ 국립해양박물관 터널형 원통 수족관 보러갈까… 패총 전시관서 신석기시대 시간여행 떠나볼까

영도 여행을 더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박물관 투어가 답이다. 색다른 체험과 전시 즐길 수 있는 4곳을 소개한다.

국립해양박물관: 해양에 관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박물관. 우주선을 닮은 독특한 외관은 물방울이 튀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주요 유물로 1/2 크기로 축소 복원한 조선통신사선과 곤돌라, 지구의, 해도첩, 죽도제찰 등이 있다. 터널형 원통 수족관은 아쿠아리움 같은 시설로 가장 인기다. 바다 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해양생물체험관, 보트를 운전해보는 해양체험관도 있다.

미취학 자녀와 함께라면 어린이박물관도 좋다. 예약은 필수다. 4D영상관과 유료 특별 전시를 제외하고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친수 공간과 옥상 하늘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매주 월요일 휴관. 부산 영도구 해양로 301번길 45, (051)309-1900

동삼동 패총 전시관: 패총(貝塚)은 선사시대 인류가 먹고 버린 조개와 생활 쓰레기 등이 쌓여 이루어진 조개 더미 유적이다. 부산 동삼동 바닷가 언덕에서 발견된 동삼동 패총(사적 제266호)은 신석기시대 생활상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표적 유적이다. 전시관에선 동삼동 패총의 발굴 유물을 공개하고 있다. 주요 유물로 조개 팔찌와 조개 가면, 빗살무늬토기와 흑요석 등이 있다. 신석기시대 문화와 패총을 이해하고 유적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관. 부산 영도구 태종로 729, (051)403-1193

삼진어묵체험·역사관: 삼진어묵 본점 2층 체험관에선 어묵 만들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평일 3회(1만5000원), 주말 6회(1만원) 진행되며 성형어묵, 구이어묵, 피자어묵 등을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다. 1953년 영도 봉래시장에서 어묵 생산을 시작한 삼진어묵과 부산 어묵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체험은 방문 3일 전까지 홈페이지(samjinstory.com)로 예약해야 한다. 전시 관람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이며 무료다. 1층은 어묵을 판매하는 어묵베이커리다. 오전 9시에서 오후 8시까지. 부산 영도구 태종로 99번길 36, (051)412-5468

영도웰컴센터: 영도대교 도개 모양을 본뜬 외관이 독특하다. 지상 3층의 건물에는 관광안내센터와 영도대교 전시관, 전망대와 카페가 모여 있다. 관광안내센터에서는 영도 여행에 필요한 관광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영도와 영도대교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영도대교 전시관에선 영도대교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3층 전망대에서는 영도대교 도개 장면을 조망할 수 있다. 3층 카페에서 커피 한잔 즐기며 바라보는 영도대교와 일대 풍경도 색다르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부산 영도구 봉래나루로 79, (051)419-4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