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한 것은 고용 위축과 저소득층 소득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대표로 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역설적 부작용이 각종 통계로 확인되면서 청와대 경제 라인 문책으로 이어졌다. 청와대가 소득 주도 성장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방향 전환은 하지 않았지만 속도 조절의 조짐은 보인다. 기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다음 달부터 시작될 주 52시간 근로제의 단속·처벌을 6개월 유예하고 보완책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의 도그마(독단)에서 벗어나는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달라졌다.

청와대가 이 정도라도 반응을 보인 것은 소득 주도 성장의 역효과가 워낙 명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부작용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5년 뒤, 10년 뒤엔 엄청난 후유증을 초래할 다른 수많은 정책들은 여전히 정부 시간표대로 진행되고 있다. 탈(脫)원전과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기,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 기초연금 확대 같은 각종 현금성 복지 지원 등이 그것들이다. 이 정부 임기 중엔 더 걷힌 세금과 쌓아놓은 기금으로 충당하니 문제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재원 부족과 기금 고갈이 닥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이 정부 임기 후에 계산서가 돌아오는 것일수록 금액이 크고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 것들이 많다. 탈원전은 64년 뒤인 2082년에 완료된다. 임기 내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하지만, 무슨 마술이라도 쓰지 않는 한 원전 폐쇄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피할 도리는 없다. 독자 모델까지 보유한 원전 선진국 자리가 흔들리고 원자력 기술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는 다음 학기에 2학년이 되는 학생 중 원자력 공학 선택자가 한 명도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무원을 17만명 더 뽑으면 이들이 퇴직할 때까지 30년간 300조원이 넘는 세금으로 월급과 연금을 줘야 한다. '문재인 케어'는 2021년까지는 보험료 인상 없이 건보 적립금 20조원을 깨서 쓴다고 하는데 그 뒤의 재원 대책은 없다. 주거 복지 등을 위해 주택도시기금 70조원을 헐어 쓰겠다고 하면서 이 기금이 5년 뒤 바닥 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부가 곶감 빼내듯 손대고 있는 고용보험기금 역시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인 2020년보다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그다음 대책은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적자(赤字) 재정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2060년 국가 채무가 기존 예상보다 3400조원 폭증한다고 경고했다. 국가 부채가 GDP의 2배 정도까지 커지면서 재정 불량국으로 추락하게 된다고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올 '예정된 재앙'에 대해 이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세상에 없는 부자 정부 행세를 하면서 세금으로 뭐든지 해주겠다고 한다. 소득 주도 성장보다 몇 백 배, 몇 천 배 더 위험한 시한폭탄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