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49·사진)은 직업만 16개다. 팝 칼럼니스트, 음악평론가, 공연기획자, 잡지사 기자, 라디오 DJ,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예능에서는 화려한 입담을 뽐냈고, 칼럼 쓸 땐 감각적인 펜을 휘둘렀다. 이번에 꺼내 보인 직업은 전문 인터뷰어. 의학 전문가 4인과 함께한 대담집 '만들어진 질병'(블루페가수스)을 펴냈다.
"제 나이 50이 다 됐습니다. 오랜 동창 6명 중 2명이 암에 걸리고 2명이 우울증 약 먹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건강이 영 남의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만, 암, 우울증 등 일상에서 가장 흔히 겪는 건강 문제들을 파헤쳐 보고 싶었어요."
그가 첫 대담집 '김태훈의 편견'을 펴낸 건 2014년. 그때는 '전공 분야'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류승완과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신해철과 음악 이야기를 하던 그는 이듬해 갑자기 정치인 대담집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를 들고 나왔다. 인터뷰이는 'TK(대구·경북)의 민주당 의원'으로 알려진 김부겸. 3년이 흐르자 이번엔 의사들을 인터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익숙한 분야에서 시작해 전혀 새로운 분야까지. "문화계 사람들과는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방식이었어요. 의학 전문가들에게는 질문을 던지는 입장입니다."
의학 전문가도 아니면서, 왜 이 분야를 묻는가라는 의문이 당연히 있다. "요즘 TV엔 전문가들이 넘쳐나요. 대개 전문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합니다. '블루베리가 암에 좋다' '울금이 당뇨에 좋다'는 식이죠. 시청자들은 오늘 블루베리를 먹다 내일 울금을 먹게 되는 겁니다. 과연 전부 옳은 걸까요? 누군가는 질문해야 합니다."
전문가와 대중 사이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이제 예전 경력들을 종합할 때라고 했다. TV에 출연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을 배웠고, 라디오 DJ로 활약하며 청취자들과 내밀한 이야길 주고받았다. 팟캐스트에선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떠들기도 했다.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인터뷰어의 자질을 수련했다"는 그는 다시 펜을 잡았다.
그는 '인터뷰어'이자 '글쟁이'로 남고 싶다며 다음 주제를 풀어놓았다. "AI와 헌법을 다루고 싶어요. 인공지능 전문가와 법조인을 앉혀 놓고 묻고 싶습니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바뀐 미래에서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지, 개헌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지고 글로 묶어내는 일을 이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