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완 사회부 기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 중립성을 어긴 서울청 이모 총경을 징계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최근 '종결' 처분을 내렸다.

이 총경은 '양예원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 진행자 양씨가 과거 모델 아르바이트를 할 때 강압적 분위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촬영 스튜디오 실장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다.

지난달 말 일부 언론은 "촬영이 강제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는 피의자(스튜디오 실장)의 주장을 보도했다. 그러자 이 총경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의자 신분의 혐의자가 플레이(play)한 독(毒)을 덥석 물었다"고 썼다. 또 그런 보도를 믿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중(愚衆)이고 영화 '내부자'의 대사처럼 개돼지다"라고 했다. 이 총경은 현재 양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경찰 '합동수사본부'도 이끌고 있다.

민원인은 이 글을 근거로 "이 총경이 수사에서 중립성을 잃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했다고 한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수사 규칙'에는 '경찰관은 수사할 때 공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대목도 있다. 개인적인 글이라고 해도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에도 어긋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다. 서울청은 민원이 제기된 이후에도 이 총경을 불러 감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총경의 글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문제없다는 뜻이다.

경찰은 11만4000명이 넘는 큰 조직이다. 이 중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만 2만400명이다. 인원수가 워낙 많은 만큼 '튀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사감(私感)을 드러냈다면 경찰 조직은 이에 대해 경고하고 질책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사권을 가지려는 경찰의 노력이 번번이 좌절된 것은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피의자 이야기를 '독'에 비유한 경찰관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경찰이 피해자·피의자 모두의 신뢰를 얻으며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아직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