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한 인생의 웃기는 이야기'가 2018년 6월 동인문학상 심사 독회를 사로잡았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는 최근 독회를 열고 김종광(47)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작가정신)와 이기호(46)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문학동네)를 본심 후보로 선정했다. "한국 사회의 내부에 숨어 있는 진지한 문제를 경쾌한 유머 감각으로 그려냈다"는 게 두 작가의 공통점이자 선정 이유가 됐다. 동인문학상은 매달 독회에서 뽑은 우수작 10여 편을 9월 본심에서 4~5편으로 압축한 뒤 10월 최종심으로 수상작을 결정한다. 김종광과 이기호가 이번 독회를 통과함으로써 후보 작가는 14명으로 늘어났다.

김종광의 '놀러 가자고요'는 9편의 단편으로 꾸며졌다. 충청도 농촌 마을이나 서울의 소시민 가족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뤘다. 김종광 소설의 특징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지닌 별의별 사연을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냈다는 것. 한 심사위원은 "김종광 소설은 현실에서 '루저'나 '늙은이'로 낙인찍혀 밀려난 사람들끼리 모인 '잉여(剩餘) 현실'에도 복잡하게 생동하는 삶이 있다는 것을 '충청도 개그맨의 시선'으로 그려낸다"고 풀이했다. 충청도 개그의 특징은 "원리와 실제 사이의 불일치를 실랑이로 만든다"는 것. 김종광 소설 중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술을 사오라고 시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들은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하는 거라고 학교에서 배웠슈. 아버지가 마실 술이니께 아버지가 받아 오슈"라며 원칙론으로 실랑이를 자초했다가 결국 '살아 있는 권력' 아버지에게 얻어맞는다. "김종광 소설의 유머는 그런 삶을 꼬집으면서도 거기에 기운을 북돋아 더 풍부하게 한다." 다른 심사위원도 "김종광 소설은 이문구(1941~2003)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며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쓸데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미세한 묘사를 통해 사회 변화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 대해 한 심사위원은 "이기호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한결같이 지질하다"라며 "이번 소설집에선 작가 이기호가 스스로 '지질이'로 나와 요즘 말로 '셀프 디스의 전략'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고 추천했다. "누구나 자기주장이 뚜렷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일상에선 저마다 부딪칠 때마다 깨지고 당황해 자신에게 실망하기 마련이다. 이기호는 그처럼 이론과 실천이 맞지 않는 삶의 황당함과 '쪽팔림'을 지속적으로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이기호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문장을 끌어가는 솜씨가 노련하고 정교해 급(級)이 다른 작가"라며 "문체의 '쫀득함'도 좋고, 삶의 구체성으로 들어가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했다. "이기호 소설은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피해의 전가(轉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만 피해자인 줄 알았더니 더 심한 피해자도 있다고 하는 이기호 소설은 요란하게 떠들지 않으면서 '타인에 대한 연민'을 차분하게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