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에서 아르바이트를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됐던 여고생 A(16)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종 9일 만에 발견됐다.
24일 오후 2시 53분쯤 강진 도암면 지석리 인근 매봉산(해발 250m) 정상부 부근 비탈진 숲에서 여성 시신이 경찰 수색견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알몸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거기는 사람이 다니기에 으슥하고 숲이 우거져 우리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신 오른편에서 30㎝ 정도 떨어진 바닥에서 립글로스(입술 화장용품)가 발견됐다. 이 화장용품 외에는 옷가지 등 유류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A양의 가족은 시신 신원을 확인하는 1차 면식 조사에서 "부패가 심해 내 딸인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립글로스도 딸의 것인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A양의 시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A양과 DNA를 대조해 사인과 신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 16일 강진 성전면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간다며 집을 나섰다. 검정 반팔 라운드 티와 청바지를 입고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A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51)씨는 A양의 휴대폰 발신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16일 오후 지석리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석리에서 태어나 주변 지리에 밝다. 이후 김씨가 마을에서 12㎞가량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옷가지로 보이는 물품에 휘발유를 부어 태우고, 자신의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세차하는 모습이 방범 카메라에 잡혔다. 경찰은 이때 태운 옷가지가 A양의 옷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용의자 김씨가 차량을 세운 것으로 확인된 지석리 농로에서 산길로 1㎞ 떨어져 있다. 야산은 경사가 가팔라 성인 걸음으로 빠르게 올라가도 40분이 걸린다. 김씨는 이 마을에 2시간 40분 정도 머물렀다. 만약 김씨가 A양을 살해했다면 A양을 혼자 운반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A양은 몸무게가 70㎏으로 용의자 김씨보다 2㎏이 더 나간다. 험준한 산길을 감안하면 혼자서 살해와 유기까지 감당하기에는 마을에서 머문 시간이 짧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은 "A양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산을 올랐을 수도 있고, 김씨가 괴력을 발휘해 숨진 A양을 둘러업고 산을 올랐을 수도 있다"며 "공범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A양은 지난 16일 오후 2시쯤 강진 성전면 집을 나서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에게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성전에서 해남 쪽 방면으로 이동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집을 나서기 전 소셜미디어에 또 "아르바이트가 처음이다. 떨린다. 큰일이 나면 신고해 달라"는 내용도 남겼다. A양이 떠날 무렵 A양 집에서 600m 떨어진 곳에서 김씨의 승용차가 방범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씨는 강진읍에서 보신탕 전문점을 운영하며 A양 부친을 알고 지냈다. 지난 16일 밤 A양 가족이 집에 들이닥치자 행적을 감춘 김씨는 이튿날 새벽 자신의 집 근처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