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공

한 번 시작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법고시의 길. 붙기만 하면 인생이 바뀐다 했지만, 언제 붙는다는 기약 없이 그 길을 걷고 또 걷고, 그러다 청춘이 지나가 버리는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이 들어서면서 이 지난했던 시간이 대체로 조금은 짧아졌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7기 졸업생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 83.3%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진급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1년 동안 변호사 실무교육을 실시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벌써 10년을 맞았다. 사법고시 존치 등과 맞물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법학전문대학원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법조계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사법고시로 극히 적은 수의 법조인이 배출됐던 과거에 비해 2009년 시작된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에서는 7번의 변호사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1만 여명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과정을 거친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어 법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25개나 되는 법학전문대학원 중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1, 2회 변호사 시험 합격률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처음 변호사 시험을 치른 7기 졸업생들도 합격률 83.3%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2017년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으로 취임한 정형근(61) 원장은 "입학한 학생들 모두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며 "로스쿨 시행 초기부터 3년 단기과정 안에서 법학 이론과 실무 능력을 충분하게 갖출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강의와 엄격한 학사관리를 해왔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선전 비결에 대해 "전문대학원이 법과대학 교육과 사법연수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법학 이론 교육과 더불어 변호사, 재판연구원(로클럭), 검사로서의 실무교육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 등을 정비해 시행해왔다"며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한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된다는 강한 신뢰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어 "특히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현장에 나가 실무에 잘 적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국내 최초로 유일하게 진급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학생들이 매해 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하는데다, 3년 중 다른 학교에 비해 긴 1년 동안 변호사 실무교육을 충실하게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공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단순히 공부를 잘 하던 학생들이 법조인이 되던 과거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는 총 15개 이상의 서로 다른 대학 학부 출신 학생들이 모였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 스스로도 명문대 서열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명문대 서열이 법학전문대학원 성적과 늘 비례하지 않더군요. 전공도 마찬가지에요. 실용음악학부 전공을 했던 학생이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자마자 우수한 성적을 내더니 결국 현재 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학교 서열보다는 법학도로서의 적성이 더 중요합니다. 학부에서 법학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적성에 맞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 합니다.”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1만 500여명으로 지난 해보다 200여명 늘어났다. 여전히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 원장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경쟁률이 최근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시험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사법시험 시대에 비해서는 오히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문은 넓어진 것”이라며 “사법고시에 비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현저하게 많고, 일단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취업할 수 있는 선택의 길이 훨씬 넓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우리 학교에 경우 로펌에 들어가 일을 배운 졸업생들이 몇 년 후 함께 모여 변호사 사무실을 내기도 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자리를 잡은 선배들이 졸업생 중 함께하고 싶은 후배 졸업생에게 취업을 제안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졸업생 동문회에서 장학금은 물론 소정의 생활비도 지원해 주고, 개별적으로 외부 장학재단과 연결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법학전문대학원은 법조인이 되려는 젊은이에게 가장 단기간 내에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다리이고, 이 시대가 청년들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