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의 미성년 자녀를 부모와 격리 수용토록 한 '무관용 정책'을 시행 한 달여 만에 철회했다. '비인도적이고 잔인하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빗발치자 고집을 꺾은 것이다. CNN은 "인기 없는 정책도 포기하지 않고 더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들과 그들의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자녀를 부모와 같은 구금 시설에 수용하되 불법 입국자를 모두 구금해 기소하는 정책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서명 이전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우리는 여전히 계속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우리가 원하지 않고 용인하지 않는 사람, 범죄 등이 들끓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불법 이민자들과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급등하는 비판 여론에 맞서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송은 불법 입국한 어린이들이 따로 구금된 부모를 찾으며 울부짖는 모습을 연이어 방영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아동 수용 시설에서 맨바닥에 이불도 덮지 못한 채 잠든 비인도적 모습도 공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유력 지도자들도 비판에 나섰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가슴으로 통치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했고,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그만 끝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공화당도 동요했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이 불법 이민자와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새 이민법안을 21일 하원에서 표결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하루 전 격리 수용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