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 기자] 기타를 치는 여성 보컬과 건반을 치는 남성 보컬의 만남. 게다가 여성보컬의 음색은 달콤하고 청량감 가득하며, 멜로디는 금세 귀에 꽂히는데다, 가사까지 산뜻하고 신선하다면? 혼성 팝 듀오로는 그야말로 모범답안이다. 그런 이들이 있다. 마침 이름도 ‘바른생활’이다.

최혜인(27. 사진 왼쪽)과 이가을(33). 개인적으로 지난 4월 서울 상암동 모 행사장에 초청가수로 무대에 선 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보컬 최혜인의 흡인력이 대단했다. 멘트도 장난이 아니다. 이미 이런 무대가 익숙한 듯, 어색해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이가을의 건반은 단조로울 수도 있는 무대에 일렉트로니컬한 엣지를 선사했다.

이날 이들이 선보인 곡들 중에서는 역시 2014년 데뷔곡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처음 듣더라도 그 친근함과 아기자기한 구성에 금세 중독될 것 같다. 지난 14일 데뷔 4년만에 정규 1집 ‘꿈의 세레나데’를 낸 바른생활을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 반갑다. 저번 상암동에서 보고 오늘이 두번째다. 고품격 인터뷰를 해보자. 

(바른생활) “하하. 좋다.”

= 최혜인씨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 한 4년은 어려 보인다. 

(이가을) “4년은 좀 심하다.”(웃음)

= 바른생활의 노래만 접했던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이가을) “85년생으로 대학교(중앙대 신방과 05학번) 후배들이랑 스쿨밴드를 하면서 음악을 본격 시작했다. (학과 후배인) 혜인씨와는 지난 2012년 연극동아리에서 하는 뮤지컬의 음악을 함께 만들면서 알게 됐다. 마음에 들어 같이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 건반은 언제 배웠나. 

(이가을) “한국 청소년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하느라 그만뒀고, 대학에서 스쿨밴드를 하면서 혼자 공부했다. 시중에 나온 피아노 반주법 책도 읽어보고, 좋아하는 언니네이발관 곡들의 코드도 찾아보고 그랬다.”

= 아, 이가을씨는 유투버로도 유명하다. 구독자가 3만명이 넘는다.

(이가을) ‘방구석리뷰룸’이라는 채널을 1년 전에 만들었다. 처음에는 손만 나오다가 2개월 전에 얼굴을 공개했다. 내가 (뮤지션 바른생활로) 무대에 서면 ‘방구님이 왜 거기 있어?’ 이런 분위기다(웃음). 바른생활 음악을 들으시면서 이가을한테 이런 면도 있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최혜인씨는 이런 숨은 ‘뭔가’가 없나. 

(최혜인) “영화 음악을 계속 해왔다. 최근에는 ‘신과 함께’(음악감독 방준석)에 참여했다. 또한 다른 뮤지션에 곡을 주는 작곡가 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 이가을씨는 05학번, 최혜인씨는 몇 학번인가. 

(최혜인) “91년생으로 10학번이다. 학번 차이가 많이 나서 사실 만날 인연은 없었다. 연극동아리 뮤지컬 연출자가 06학번 선배였는데, 음악을 할 사람을 (교내에서) 수소문해보니 저와 오빠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오빠 첫인상은 기대와 너무 달랐다. 음악인에 대한 아우라를 기대했는데, 참 바르게 생겼더라. 안경에 백팩. 처음 카페에 들어오는데, ‘설마 아니겠지’ 했다(웃음).”

= 사투리 억양이 있다. 

(최혜인) “대구에서 태어났다. 스무살 때 대학에 들어가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연습도 하고 데모를 만들어 여러 기획사에 ‘찔러보고’ 그랬는데 다 떨어졌다. 대학 와서 작곡과를 복수전공했다. 3년 동안 모든 학점을 이수했다.”

= 팀 결성과정은 어땠나. 또 ‘바른생활’이라는 팀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최혜인) “뮤지컬이 끝나고 나서 오빠가 먼저 팀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팀명을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했는데, 뭔가 인디스러운 이름을 찾다가 갑자기 ‘바른생활’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래서 ‘바른생활’로 하자고 먼저 이야기했다.”

(이가을) “정하고 보니까, ‘바르다’는 말이 역설적인 의미도 있겠다 싶었다. 바르지 않은데 바른. 사실 ‘바르다’는 개념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시대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 영어이름 ‘Very Very Good Life’도 이러한 역설적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very’를 한번 더 쓴 것이다.”

= 곡은 곧바로 나왔나. 

(최혜인) “아니다. 다른 곡들을 카피해가며 저희 성향이 어떤지부터 테스트했다. 실제 음악이 나온 것은 2014년 일이다. 그 전에는 바른생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 현 소속사인 딜라이트 뮤직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동석한 딜라이트 뮤직 박윤선 대표가 대신 했다.) 그리고 유통사는. 

(박윤선) “이들의 데뷔곡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봤다. 마음에 들었다. 마침 뮤비를 찍은 강호규 감독과 예전 영상작업을 한 적이 있어 ‘연결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최혜인) “데뷔곡이 나올 때쯤 유통사가 필요했다. 사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음원은 어떻게 내는지, 녹음실은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인디유통을 미러볼뮤직이라는 곳에서 하더라. 그래서 같이 하게 됐다.”

= 자, 새 앨범을 함께 들어보자. 각 곡에 대한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이하 각 트랙별 이들의 코멘터리를 재구성했다. 이들의 첫 정규앨범은 이전 발표곡 중 새롭게 편곡한 4곡, 조원선의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리메이크한 1곡, 신곡 5곡, 이렇게 총 10곡이 수록됐다.)

#1. 너를 만나러 가는 길(앨범 버전) = 사운드적으로는 싱글 때보다 좀더 성숙한 버전으로 만들었다. 스트링 멜로디가 예뻐서 이를 보탰다. 또한 싱글 때는 지금보다 템포가 1 정도 빨랐다. 라이브할 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1만 줄였다(최혜인).

#2. Beautiful Day = 꿈을 꿨는데 나만 빼고 모두 물구나무를 섰더라.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거꾸로 서 있었다. 나도 거꾸로 걸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좋더라. 깨어나 곧바로 가사를 썼다. 그리고 원래 일렉 기타를 잘 안쓰는데 이번에는 일렉을 써서 모던록 분위기를 내봤다. 일렉 기타는 (같은 소속사인) 뷰렛의 이교원씨가 쳤다(최혜인).

#3. 꿈의 세레나데(타이틀곡) = 또 꿈을 꿨는데 이번에는 하늘을 날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갔다. 이 곡은 '너를 만나러 가는 길'과 정서적으로 맞닿아 있다. 베이스 라인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8분의6박자 곡인데 그 느낌이 너무 안났으면 좋을 것 같아 드럼 리듬을 쪼개지 않았다(최혜인).

#4. 메리 파라다이스(앨범 버전) = 드럼은 미디로 찍었다. 라이브 느낌을 많이 내려 노력했다. 이 곡은 은평음악창작지원센터 마스터클래스에 선정됐던 곡이다. (9와 숫자들의) 송재경씨가 멘토로 참여했다(이가을).

#5. 춤을 춰(앨범 버전) =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만들었다. 영화, 너무 좋더라(이가을). 저도 나중에 봤는데 정말 좋았다(최혜인).

#6. Good night, you =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한테 보내는 편지다. 10곡 중에서 가장 미니멀하게 편곡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멜로디언이 주가 된, 자장가 같은 노래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앨범 컨셉트는 '꿈'이다(최혜인). 혼신을 다해 멜로디언을 불었다(웃음. 이가을).

#7. 모르겠어(앨범 버전) = 싱글 버전과 가장 다른 곡이다(최혜인). 모던 팝 록 버전으로 바꿨다. 오리지널 곡에서는 현도 나오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다 뺐다.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믹싱하는 사람이 '완전 다른 노래'라고 하더라(이가을). 이전 곡은 풋풋한 느낌, 지금 곡은 성숙되고 정돈된 느낌이다. 이처럼 팀을 계속 하다보면 음악색깔이 바뀔 것이다. 아, 이 곡은 제 첫사랑에 관한 곡이다(최혜인).

#8. 어느 (멋진) 날에 = 역설적 의미를 담기 위해 '멋진'에 괄호를 쳤다. 살다보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 날, 아무 이유 없어 몽상에 빠져드는 날이 있다. 원래는 후반부에 일렉 기타 위주로 편성을 하려 했는데 브라스 느낌으로 바꿨다. 영화 엔딩 같은 느낌, 서사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이가을). 라이브에서 하면 좋을 듯한 곡이다(최혜인).

#9. 도레미파솔라시도 = 여러 커버곡들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정식으로 리메이크 음원을 내보자,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고른 곡이 '도레미파솔라시도'다. 우리와 잘 맞을 것 같았다. 대학 때 제일 많이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고. 예전에 가을 오빠에게도 추천했었다. 정식 리메이크 승인을 받고는 원곡이 너무 좋아 어떻게 손을 댈지, 잘못 건드려서 망가뜨릴까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희 색깔이 잘 담겨진 노래가 됐다(최혜인). 가사 내용도 '하지 말라는 것을 해야 한다'다. 바른생활 팀 컨셉트에 딱 맞았다(이가을).

#10. 한여름의 마법 =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나는 곡이다(최혜인). 일본에 친구들이 있어 자주 놀러가는데, 기요스미 정원이라고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 있다. 그곳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을 봤다. 그 장면이 아름다웠다.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에서도 두 젊은 남녀가 비오는 날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 음향효과로 빗소리도 넣었고 라디오 소리도 걸었다. 색다르게 들릴 만한 장치를 많이 넣었다(이가을).

= 앨범이 전체적으로 곱고 산뜻하며 순수하게 들린다.

(최혜인) “저는 순수함을 지켜나가고 싶은데 지날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 앨범 재킷은 누가 디자인했나. 

(이가을) 김태균씨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해주셨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그라폴리오 작가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에게 제안을 드렸다. 저희 노래를 듣고는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재킷이 정말 (꿈의 세레나데) 가사 내용처럼 나왔다.”

= 6월24일에는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가 열린다. 

(이가을)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평소 무대에서 서고 싶었던 공연장이다. 세션을 포함해 6명이 무대에 선다.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

(최혜인) “발표곡이 생각보다 많더라. 스물몇 곡인가 되어서 그 중 17~18곡을 들려줄 생각이다. 멤버 각자가 좋아하는 다른 뮤지션 곡도 솔로로 선보일 계획이다.”

= 끝으로 올해 계획을 들어보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수고하셨다.

(최혜인) “1년 동안 준비한 정규 앨범이 나온 만큼 이(앨범 홍보 등)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콘서트도 준비해야 하고.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딜라이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