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50년 9월 인천에 상륙해서 서울로 진격했습니다. 어제(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서 한강변의 대로를 달리며 고층 빌딩과 넓은 도로, 한강에 놓인 다리를 보며 감격했습니다. 우리(참전용사)에게 고맙다고 하는데,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이렇게 발전시킨 것에 우리가 감사드립니다."

17일 저녁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담임목사).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 평화 기원 예배'에서 미국 해병대 출신 진 화이트(91)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6·25전쟁 중 중공군의 남하를 막아내느라 미군 수천명이 희생된 장진호 전투에도 참전했다. 그는 "북한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며 "전쟁 당시 그곳(북한 지역)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17일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참전용사 초청 예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올해는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 참가자·유가족들을 초청했다. 오른쪽 사진은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흥남을 탈출한 김영숙(왼쪽) 수녀가 당시 항해사 러니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

이날 예배는 새에덴교회가 6·25 참전용사를 초청하는 보은 행사로, 올해로 12번째다. 교회는 2007년부터 미국, 캐나다, 태국, 필리핀, 호주, 터키 등의 참전용사 3500여명(연인원)을 모든 경비를 부담해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현지로 찾아가 감사 인사를 해왔다.

올해는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 참전용사, 유가족 등 미국·캐나다에서 45명을 초청했다. 국내에서는 용인시 거주 참전용사 200여명도 초대했다. 참전용사들은 태극기와 미국·캐나다 국기를 흔드는 교회 어린이 합창단의 환영을 받으며 교회에 도착해 4000여 교인과 함께 기념식을 올렸다.

참가자 중에는 흥남철수 당시 1만4000여 피란민을 수송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91) 제독 부부도 있었다. 그는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장진호 전투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을 때 현장에서 흥남철수작전 사진을 선물로 준 사람이다. 이날 행사에는 당시 14세 소녀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이 배에 승선해 거제도로 내려온 김영숙(82) 수녀가 러니씨를 찾아와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김 수녀는 "당시 선원들이 피란민 여성들을 위해 선실을 내줘 우리 가족 6명이 편안히 거제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예배에서 소강석 목사는 '기억의 힘'을 주제로 한 설교를 통해 "여러분을 초청한 것은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가 여러분의 희생 때문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라며 "지금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참혹했던 과거의 역사를 기억해야 평화의 봄을 앞당길 수 있고 위대한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사 메시지도 발표됐다. 문 대통령은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값진 생명과 젊음을 바치신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 이후 68년간 한국은 활기찬 민주주의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으며 자유 속에 살고 있다"며 "그것은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들이 유산으로 남긴 자랑스러운 애국심의 결과라고 본다"고 했다.

참전용사들은 21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현충원, 해군 2함대 사령부, 판문점, 전쟁기념관 등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