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와 신민준은 2012년 제1회 영재 입단대회를 함께 통과한 입단 동기다. 팬들은 이 둘을 묶어 '양신(兩申)'이라 부르며 한국 바둑의 미래 병기(兵器)로 커 줄 것을 기원했다. '양신'은 기대에 어긋남 없이 놀라운 기재를 발휘하며 빠르게 성장해 갔다.

하지만 라이벌 관계라기엔 항상 진서가 반 발짝쯤 앞서갔다. 초기 3년간 각종 영재대회는 매번 진서 몫이었다. 메이저 무대 정상 도전은 민준이 먼저였지만(2014년 천원전 준우승) 첫 정복은 진서가 앞서 달성했다(2015년 렛츠런파크배). 세계무대서도 진서가 2016년 LG배와 바이링배서 연속 4강에 오르는 사이 민준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상대 전적에서도 진서가 민준을 8승1패로 앞섰다. 사람들은 "1000년대 기사가 2000년대 기사를 이기기 힘든 모양"이라며 둘을 천적 관계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민준은 1999년, 진서는 2000년생이다. '양신'이 중국세에 맞서는 투톱으로 자리 잡으리란 기대도 무너지는 듯했다.

지난 5월 하순 LG배 개막식 때 모습. 민준(왼쪽)과 진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옆자리에 붙어 앉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밝은 분위기 속에서 복기(復棋)에 열중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준이 농심배서 처음 태극 마크를 달더니 무려 6승을 올렸다. 민준이 5년 만의 한국 우승에 결정적 수훈을 세운 사이 진서는 1승도 기여하지 못했다. 올해 흐름도 흥미롭다. 진서가 두 번째 메이저 우승(GS배)과 크라운해태배 준우승의 실적을 쌓자 민준은 세계 대회인 LG배 8강 안착과 글로비스배 및 3차 챌린지매치 준우승으로 맞불을 놓았다.

올해 맞대결에선 민준이 2전 2승 중이다. 20세 이하 국제 대회인 글로비스배 준결승과 3차 챌린지매치 준결승서 진서를 연파했다. 둘 간 상대 전적도 3승8패로 추격했다. 라이벌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종진 9단은 "민준이와 진서의 간격이 입단 초기 때 정도로 좁혀졌다. 앞으로 둘은 경쟁하며 의지하는 시너지 관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9단은 진서의 입단 전 스승이자 올해 민준을 처음 바둑리그 주장으로 뽑은 물가정보 팀 감독이기도 하다.

민준은 진서의 빠른 수 읽기를, 진서는 실수한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민준이의 뱃심을 부러워한다. 진서는 "민준 형의 바둑 내용이 확실히 매서워졌다"며 상승세를 인정한다. 민준이는 "진서는 아직 나보다 세다"면서 "부담감을 떨쳤더니 성적이 약간 올랐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둘이 바둑계에서 누구보다 친한 사이라는 것.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으로 복기(復棋)할 만큼 붙어 지내요."(신민준) "농심배 때 한 것도 없이 민준 형 덕에 우승 상금 분배받아 미안했어요."(신진서) 입단 6년도 안 된 현재 9단 신진서는 한국 3위, 8단 신민준은 8위로 최정상 조준에 돌입했다. 최신형 양날개를 장착한 한국 바둑의 본격 비상(飛上)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