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북마케도니아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변경하기로 17일(현지 시각) 그리스와 합의했다. 이로써 양국은 국명(國名)을 둘러싼 27년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마케도니아는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의 길을 열게 됐다.

CNN 등은 이날 “니코스 코치아스 그리스 외교장관과 니콜라 디미트로브 마케도니아 외교장관이 17일 오전 마케도니아 국호 변경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이 자리에는 양국 총리와 유럽연합(EU), 유엔 관계자들도 참석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오른쪽)와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가 17일(현지 시각) 국호 변경 합의문 서명식에서 손을 잡고 있다.

그리스는 그동안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에 대해 알렉산더 대왕이 활약했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을 연상시켜 마치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고대 역사의 중심지처럼 오인될 수 있다고 국호 변경을 요구해왔다. 그리스에는 마케도니아주(州)라는 지명도 있다.

국호 변경으로 마케도니아의 EU 및 나토 가입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그동안 국명을 빌미로 마케도니아의 국제기구 가입을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1993년 유엔 가입 때도 마케도니아는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양국이 합의를 했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 최종적인 해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의문이 공식 발효되려면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고, 마케도니아에서는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마케도니아에서는 합의문 서명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등 반발이 거세다. 조르게 이바노프 대통령은 최근 “국호 변경은 헌법에 위배된다. 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주도한 조란 자에브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다.

그리스 쪽도 만만찮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합의문 서명 전날 야당이 주도한 불신임 투표에서 153대 127로 간신히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의견이 최대 7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