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하면서 수십조(兆)에 달하는 시·도 예산 편성·심의권도 사실상 다 갖게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편성한 일부 '선심성 예산'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장악한 시·도의회가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확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총 14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광역의회에서도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서울, 인천, 광주,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전북, 전남 등 9곳에선 민주당 소속 시·도의회 의원이 전체의 90% 이상이라 각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 사실상 일방적인 의사 진행이 가능하다.

그간 기초·광역의회는 지자체의 일방적인 예산 편성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성남시의회가 벌인 '무상 교복' 전쟁이 대표적이다. 시의회는 당시 고교까지 교복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담긴 예산안을 총 8차례 부결시켰다. 이 시장은 반대한 시의원 명단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제주에선 2014년 도의회의 예산 증액 요구에 원희룡 지사가 반발하며 예산안 부결 사태가 빚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들 9개 지역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라며 "대신 그간 보수 정당의 텃밭이던 대구·경북 의회에선 민주당이 한국당 단체장을 견제하는 역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들 9곳의 올해 예산을 합치면 모두 95조8000여억원이다. 서울이 약 31조8140억, 경기 21조9765억 등이다. 이론상 올해 국가 예산 총지출(432조6500여 억원)의 약 22%에 달하는 돈이 여당 손에 맡겨진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같은 당이라고 해서 시·도의회가 예산을 '프리패스'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또 지역 예산의 경우 작년 사업이 그대로 이월되는 일종의 '당연비'가 많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은 얼마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