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에선 각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엠블럼(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빠뜨릴 수 없다. 2000년대 이전에 열린 월드컵에선 왼쪽 가슴에 국기를 달고 출전하는 나라가 많았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국기 대신 엠블럼을 부착하는 나라들이 늘어나 지금은 엠블럼이 '표준'이 됐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태극기 대신 엠블럼을 부착하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한국은 엠블럼에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새겼다.

이번 대회에는 14국이 동물 엠블럼을 달고 나왔다.

독수리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독수리는 우승 후보 독일(FIFA 랭킹 1위)을 비롯해 폴란드(8위), 멕시코(15위), 튀니지(21위), 나이지리아(48위), 러시아(70위) 등 6국 선수들의 가슴을 장식한다. 같은 독수리라도 의미는 제각각이다.

러시아 엠블럼 속 독수리는 몸 하나에 머리가 둘 달린 쌍두 독수리다. 쌍두 독수리는 비잔틴제국 때 쓰던 문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방(로마)과 동방(콘스탄티노플)을 모두 아우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독일 엠블럼 속 검정 독수리는 용맹과 위엄, 자유를 상징한다. 폴란드 엠블럼의 독수리는 금색 왕관을 쓰고 있는데 폴란드를 세운 전설의 왕 레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새다. 나이지리아에선 독수리가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국조(國鳥)로 대접받는다.

사자는 스페인(10위)과 잉글랜드(12위), 세네갈(27위) 세 나라의 엠블럼에 모습을 드러낸다.

스페인 국기 안에 새겨진 국가 문장을 방패로 둘러싼 모양인 스페인 엠블럼엔 사자가 작은 크기로 들어가 있다. 방패 안에 사자, 사슬, 적황색 줄무늬, 성채, 백합이 들어 있는데 차례로 스페인의 옛 왕국인 레온, 나바라, 아라곤, 카스티야, 보르본 왕국을 뜻한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삼사자 군단'이라는 별명을 얻은 건 엠블럼에 사자 세 마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사자는 영국 왕실의 상징물로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영국 왕실의 허락을 얻어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유일하게 호랑이를 등장시킨다. 대한축구협회는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는 경외의 대상이면서도 정서적으로 친숙한 동물"이라면서 "오래전부터 아시아 각국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용맹스러움과 투지를 칭송하여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다리가 셋 달린 까마귀 '삼족오'를 엠블럼에 내세운다. 삼족오는 일본 건국 신화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시조인 진무왕을 안전하게 인도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엠블럼의 수탉도 '명물'로 꼽힌다. 로마제국 시절부터 프랑스 지역에선 수탉이 힘과 용맹의 상징이었다.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면서 왕가의 상징인 백합 대신 수탉을 국가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호주는 자국 상징 동물인 캥거루와 에뮤(타조의 일종)가 들어간 문장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