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차량 앞유리에 RFID(전자태그) 부착을 의무화해 모든 자동차를 추적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정체와 대기오염을 줄이고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분이지만, 새로운 감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공안부가 추진 중인 이 계획에 따르면, RFID 장착 대상은 오는 7월 이후 새로 등록하는 차량들이다. 올해 연말까지는 선택 사항이지만 내년부터는 RFID 장착이 의무화된다. 차량들은 RFID 칩을 앞쪽 유리창에 설치하고, 전국의 각 도로엔 RFID 인식기들이 설치된다.

RFID는 정보를 담는 반도체 칩과 무선안테나를 합친 것이다. 빛을 이용해 짧은 거리에서 물체를 식별하는 바코드와 달리 무선전파를 이용해 수m에서 수십m의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 중국 공안부는 "교통 정보를 활용해 정체와 그에 따른 대기오염을 줄이고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차량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RFID 칩은 멕시코나 인도·남아공·브라질·두바이 등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에선 주차장이나 주유소, 톨게이트 등 특정 지역에서 요금을 자동 납부하는 등의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된다. 반면 중국처럼 매년 새로 등록되는 3000만대 차량 모두에 RFID를 장착하게 하는 나라는 지구 상 어디에도 없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자동차 번호판과 색깔 등을 판독할 수 있는 교통 감시카메라망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안개 낀 날씨에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가짜 번호판을 단 차량에는 속수무책이다. 반면 RFID는 날씨에 상관없이 전천후다. 번호판을 바꿔 달아도 차량 정보를 정확히 읽어낸다.

판독기가 설치된 곳에서만 작동하는 RFID는 GPS처럼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그러나 2000만대의 안면인식 CCTV 망, 인공지능을 접목한 인터넷, 통신 검열망을 갖춘 중국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빅브러더로 불리는 중국의 거대한 감시 생태계에 편입되면 결국은 개개인을 감시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