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번 선거는 새 정부 1년 만에 치러졌고 정권 지지율도 높아 야당에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선거 기간에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여당에 민심이 더 쏠리게 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기에는 참패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한국당은 17개 시·도 지사 중 대구·경북을 빼고 한 군데도 이기지 못했다. 부산·울산·경남도 졌다. 진 적이 없던 서울 강남구를 포함해 서울 25개 구 중 24곳을 여당에 내줬다.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구미시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대통령 지지율과 미·북 회담만으로 이런 궤멸적 패배를 설명할 수 없다.
1차적 원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그늘이 아직 걷히지 않고 있다. 1년 내내 이어진 검찰 수사의 영향이 크지만 야당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친박, 비박 싸움이 없어진 자리에 친홍, 반홍 싸움이 이어졌다. 북핵 문제는 급변하는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정쟁식 대응만 거듭했다. 언행은 국민의 고개를 돌리게 하였다. 엉뚱한 막말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만 했다. 인재를 삼고초려해도 쉽지 않았을 이번 선거였지만 자기 사람 심기에만 열중했다. 정부 정책에 문제의식을 가진 국민조차 야당을 외면했다. 선거 결과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고 6·13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특이한 것은 당이 이렇게 망가지는데도 소속 국회의원 중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고 개혁하고자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113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 예외 없이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한국당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선 친이(親李)의 친박 몰아내기, 2012년에는 친박의 친이 찍어내기, 2016년에는 진박(眞朴)과 비박(非朴)의 골육상쟁으로 공천을 망쳤다. 실력이나 자질이 아니라 줄 잘 서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우선했다. 이들은 늘 국민보다 다음 공천 생각을 우선한다. 권력에 줄 서서 됐으니 다음에 누가 공천 줄지만 살핀다. 야당 궤멸의 가장 큰 원인은 여기에 있다.
앞으로 한국당에선 '어떻게 바꾸자'는 등의 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식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이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만 살피면 된다. 정권과 당이 무너져도 자신들 의원 특권은 하나도 버리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이다. 2년 뒤 총선에서 의원 전원을 바꾼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